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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Mar 22. 2023

32.반갑지 않은 손님

정체를 밝혀라

새벽 1시! 물론 켄터키 새벽 4시이다. 첫 비행일정은 대체로 오전 5시 출발. 적어도 공항 게이트에 도착이 국내선은 30분 전이다. 이런 날엔 정말이지 카페인을 사발로 들이켜도 눈꺼풀을 치켜뜨기가 어렵다.


시차가 3시간이 나니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잠을 청해야 하는데, 가끔 내 몸은 그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럴 때면 밤을 꼬박 새웠다가 겨우 잠시 지쳐서 눈을 감았다가 피곤한 몸을 끌고 나가기 일쑤이다.


기장도 지쳤는지 흰 셔츠가 쭈굴쭈굴이다. 다들 마지못해 뜨거운 커피를 마시지만  캘리포니아 시간대로 1시에 마시고 있으니 속이 편할리 없다.


난 잠을 설쳤다. 간 밤에 원하지 않은 손님이 다녀 갔기 때문이다. 어찌나 시끄웠는지, 귀가 아직도 아프다. 그 손님이 둘인지 셋인지 난 모른다. 하지만, 분명 다녀 갔다.


The Brown Hotel, Louisville, Kentucky 역사가 깊은 호텔이다.  승무원들에겐 유령이 자주 나타나는 호텔로 유명하다. 난 어릴 때부터 유령과 조금은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일단 유령을 믿냐고? 난 믿는다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아직도 그 얼굴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처음 입사 했을 때 유령 커플들이 내 침대에서 자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난 그렇게 유령이 무섭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승무원들에겐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때론 믿지 못할 상황이 생긴다.


이 호텔의 주인 Jhon Graham이 호텔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Kentucky Derby 가 있을 때 많은 유명한 인사들이 지냈으며, 홍수로 인해 숙박객들과 직원들이 물에 잠기는 참사를 당한 사건도 있어 아직도 그 영혼이 돌아 나디고 있다고 한다. 문지기 강아지도 있는데 때론 강아지가 허공을 향해 쳐다보고 짖기도 한다.


나에겐 두 번의 경험이 있다. 한 번은 이른 새벽에 일어났고, 다른 한 번은 Derby가 있을 때 숙박을 하던 차 초저녁  방에서 생긴 일이다.  호텔방들은 1920년 스타일로 각기 다른 스타일의 방으로 데크가 되어있다.


내가 지낸 방은 Lady 방으로 예쁜 꽃무늬 정원이 그려진 단정하고 소박하지만, 작은 아가씨들에 나올듯한 방이었다. 저녁을 다 같이 먹고 헤어지면서 우린 다음날 아침에 누구든 깨어나지 않으면 꼭 체크하라고 당부를 하면서 헤어졌다. 농담이었지만 다들 무슨 의미인지 안다. 때론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잠에 빠진 순간이었다. 갑자기 나의 귀 바로 옆에서 참을 수 없이 너무나도 귀가 아플 정로도 " 끼익" 하면서 가구를 옮기는 소리를 낸다. 나의 귀가 얼얼할 정도로 아파서 벌떡 일어났다. 아직도 귀가 아플 정도로 난 소리에 급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가구들은 제자리다. 순간 오싹했지만, 난 확인을 하고 싶었다. 혹시나 해서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아무 일도 없는데, 수도꼭지가 조금 열려있다. 내가 이런 실수를?


난 방문을 열어 보았다. 혹시나 직원이 음식을 배달하나? 아님 엘리베이터가? 새벽 2시엔 아무도 인기척도 없다. 난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다시 불을 끄고 자려는데 물방울이 다시 똑 똑하고 떨어진다. 등골이 싸늘해졌다. 순간 불을 켜고 다시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수도꼭지는 잠겨있다. 어디서 소리가 났는지?


난 침대에 들어가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 Don't you dare to wake me up again? I am exhausted and need to get some sleep tonight. I am not scared of you and don't have time to play with you. Good Night!"


그렇게 소리를 치르고 곤히 잠을 잤는데, 아마도 그녀는 심심했을 것이다.


두 번째 사건은 Derby가 있을 때였다.  호텔은 축제 분위기다,  남자분들은 멋진 신사복에 턱시도를 하고 잘생기고 기품 있는 모습을 뽐내고, 여자분들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의상에 각종 장식이 달린 멋진 모자를 쓰고 다들 1920년대로 돌아간 듯한 축제 분위기다. 우린 체크인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분위기도 좋고 사람 구경하기 딱 좋은 곳이다.


내 방은 온통 말이 그려진 그림이 있는 방이다. Derby 축제에 맞는 분위기이지만, 왠지 너무 귀족남자의 방에서 낯선 여자가 잠을 자는 기분이랄까?  샤워를 급하게 하고 변기를 사용하고 내리는데,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변기 안을 보니 물이 전혀 고이지 않는다. 그때 친구가 방문을 두드린다. 친구에게 혹시나 해서 이거 어떻게 하냐고 불평을 하는데, 친구가 갑자기 변기를 내리는데 언제 그랬냐듯이 물이 내려간다. 정말 단 몇 초 사이에 그렇게 많은 물이 고인다고? 난 조금 의아했지만, 친구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방을 올라갔다. 자기 전 변기를 쓰려고 하는데 순간 누군가가 나를 탁! 하고 미는 느낌이 들면서 내 얼굴이 정면으로 바닥에 쾅하고 부딧쳤다.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순간 난 위험을 느껴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급하게 달려온 친구는 나의 얼굴을 보고 자기 방에서 같이 있자고 했다. 난 순간 그 변기를 다시 내렸다. 변기는 다시 마른 상태다. 그렇게 해서 결국엔 난 친구의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나의 얼굴은 눈 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다.  누가 날 밀었는지 모른다.  아마도 못 된 놈이었을 것이다. 말 경주에서 돈을 잃었나? 아님 경주마에서 떨어졌을까?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화가 난다.


정체를 밝혀라! 이 비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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