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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의리 있는 놈

DE-escalate

by Ichi H


금목걸이와 팔찌에 멋진 슈트를 하고 한 잘 생긴 중년의 남자가 성큼성큼 탑승을 한다. 그런데 원하는 좌석이 아닌지, 그 멋진 얼굴에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이다.


“ 무슨 문제가 있나요? 뭘 도와드릴까요?”


난 여기 복도 앉고 싶은데, 벌써 누가 앉아버렸잖아 “ 누구에게 짜증을 내며 말하는지 헷갈린다. 그 남자의 뒤에 우아하게 차려입은 한 아름다운 여성이 안정부절 하며 뭔가를 얼버무린다.


흠…. 그의 잘생긴 얼굴이 갑자기 참 못난 놈이라는 인상을 준다.


” 내 왼쪽 다리가 아파서 다리를 뻗어야 하는데, 아 짜증 나”


” 왼쪽 다리면 여기 창문 쪽에 앉으세요. 오늘 만석이 아니니, 아마도 중간 좌석이 빌 겁니다. 그럼 왼쪽 다리를 더 뻗을 수 있어요 “


복도에 앉아 있는 젊잖고 착한 승객이 기꺼이 말을 걸어준다. “ 중간자리가 빌면 내가 당신과 복도 자리를 바꿔줄 계요”


못난 놈은 안경을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지며 창문 쪽으로 기어들어간다. 그 못난 놈 뒤에 있던 중년 여성은 뒷좌석의 창문을 차지하며 조용히 앉는다.


반대편 창문에 앉아 있던 아주 믿음직스럽게 덩치가 있는 의리 있는 놈이 나의 눈치를 본다. 그는 나의 SOS 구원자가 될 것이다. 그의 눈매는 먹잇감을 기다리는 사냥꾼이 길들인 매의 눈이다. 아주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는 눈치다. 난 그와 눈이 마주치고, 어색한 눈웃음으로 안심을 시켰다.


복도에 있던 착한 놈이 내게 말을 걸어준다. 아마도 나의 당황스러운 표정울 보았을 것이다.


“ 오늘 비행 많아요?” “아니요. 오늘은 그냥 당일치기 비행이라 괜찮아요. 집에 돌아갑니다”


” 나도 버클리가 집이라 이제 가는 중이에요 “


” 어머 전 샌프란 시스코가 집이에요. 이웃이네요 “ 하며 어색한 공기를 깨어본다.


못난 놈이 끼어든다. “ 집이 어디라고요?”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어 세 시간 동안 절친이 되었다. “ De-escalate”


승무원들이 자주 쓰는 단어다. 승객의 불편함이 아주 사소한 이유로 불만으로 전화되어 언어폭력이 확대되어 더 나쁜 상황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승무원들은 항상 긴장을 해야 한다.


비행 중 못난 놈이 화장실을 대기하며 기다리길래 말을 걸어보았다.


“ 여행 가는 거예요?”


“친구가 50세 생일이라 초대받아가는데 여행이라면 여행이지요” 조금 수그러진 표정에 말투도 훨씬 안정된 들린다.


“ 아까는 미안했어요. 오랜만에 여행이라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못난 놈의 얼굴이 이제야 편안한 놈의 얼굴로 바뀌어 간다.


몇 분 후, 의리 있는 놈이 화장실 대기줄에 서있다. 점심을 먹느라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지만, 의리 있는 놈이 마시던 와인을 한병 더 건네주었다. “ 오우 감사합니다. 점심 먹는데, 방해가 되어 미안해요 “


” 에이 그냥 내가 하나 더 주고 싶어 주는 거예요. 밥 다 먹었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오늘도 안전하고 무사한 비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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