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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Mar 25. 2023

35. 결혼수업

우린 왜 잊고 살까?

Where is my house?


어느 날 기장은 긴 6일의 여행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피곤한 몸을 끌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차가운 맥주 한잔을 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는 보트 하우스를 가지고 있다.


집값이 좀 더 싸기도 하지만, 보트 하우스에 사는 장점은 바닷가 앞이고 언제든 보트를 끌고 다른 곳에 이동이 가능하다. 보통 이런 기장 들은 육지에 세컨드하우스가 있거나, 일을 많이 하니 집에 대한 집착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른 저녁에 도착해서 집을 찾았는데, 집이 없다. 너무 피곤해서 머리에 이상이 생겼나?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무리 찾아도 자기의 보트가 없다. 집이 사라졌다


그때 마침 이웃이 나와서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오우 다행이다. 그는 옆동네 사는 친구이다. 기장은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집을 모를 리가? 혹시 내 집이 어디 있는지 알아? 내가 미쳤나?"


친구는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 Didn't you know your ex-wife sailed off with your house?


"What?" 아마도 이 상황에 욕이 바가지로 나왔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해서 집을 도둑맞았다. 집을 통째로 가져간 그의 전 부인은 아마도 쾌감을 느끼며 보트하우스를 유유히 끌고 나갔을 것이다. 그들의 속사정은 모르지만,  단 한 가지 심정은 이해가 가는 게 피곤한 몸을 끌고 온 그는 다시 호텔로 가야 했을 것이다. 정말이지. 그건 최악이다. 찌든 슈트케이스에 있는 더러운 옷들을 생각하면 나에겐 너무 괴로운 일이다.  뭔 죄를 지었기에? 오죽했으면 집을 가져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날 오랫동안 같이 비행한 기장 Brian이 내게 안부를 묻는다. 아이들은 잘 크고 있지? 남편도 잘 지내지? 넌 남편과 데이트도 하니? 하는 뜬금없는 질문에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그는 아들이 셋인데, 막내가 이제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이제 애들 다 키웠네 하며 부럽다고, 난 아직 중학생이랑 고등학생이 둘인데 언제 그날이 올지 막막하다고 투덜대고 있었다.


그는 이혼 절차를 받고 있다. 여름휴가라고 애들이랑 유럽을 다녀왔는데, 웬 이혼이야? 애들 다 키우고 이제 정말 즐길 때 아니야? 부인도 착하고 애들도 잘 컸고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내가 아는 이 기장은 가정에도 충실하고 정말 열심히 사는 기장이다.


여름휴가 때 막내의 졸업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3주를 이태리로 갔다. 아이들과 일주일을 보내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따로 여행하고, 부부는 2주를 둘만의 시간을 보내자고 큰맘 먹고 이태리 여행계획을 짠 것이다. 평상시 휴가도 잘 못 보내고 애들 셋 대학 보내기 위해 정말 두 사람다 열심히 살아왔다. 아이들의 졸업여행 겸, 부부의 포상휴가이기도  했다.


그는 그 2주 휴가가 너무 불편하고 지옥 같았다고 한다. 서로 관심도 다르고 자기 아내가 딴 사람 같은 낯섦에 불편하고 힘든 여행이었다고 한다.  아내와 보낸 2주가 정말 지옥 같다는 말에 조금 당황스럽다? 왜? 그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아내를 잘 볼 시간도 없었고 아내는 아이들에게 집중을 하여 집에 와도 대화가 아이들이고 모든 주말 계획도 아이들을 위한 날들로 보냈다.


휴가를 마치고 그들은 결혼 상담을 받기로 했단다. 몇 번의 상담 후 결국 결론은 이혼이었다. 그는 아내의 요구를 순수히 들어주고 절차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내게 묻는다. 넌 남편이랑 같이 뭐 하니?


난 남편이랑 많은 일을 같이 한다. 우린 틈틈이 시간 나면 바에도 가고, 놀거리를 찾는다. 남편은 극장 가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일들은 굳이 강요를 하지 않는다. 남편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여행, 산책, 하이킹 그리고 가까운 동네 드라이브 가는 거 위주로 우린 하루를 같이 보내려고 한다.  골프도 한번 같이 쳐보고, 그를 따라 낚시도 한번 가보고,  남편도 내가 굳이 그런 것들을 즐기지 않으니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은 그가 좋아하는 일들을 따라 해 본다.


자주 가는 바도 있고, 카페도 있다. 이젠 부부라는 걸 알아본다. 내가 가면 내 남편 소식을 묻고, 남편이 가면 내 소식을 묻고, 그렇게 우린 공통점을 찾는다. 우린 여행을 가도 서로 관심사가 다를 때에는 자기만의 시간을 허용해 준다. 굳이 가기 싫다고 상대도 못 가게 또는 못하게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남편은 쇼핑을 싫어한다. 그럼 난 혼자 간다. 그리고 점심때쯤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고 아님 쇼핑 끝나고 나를 기다리면서 맥주 한잔하고 있는 바에서 그를 만난다.  


남편은 일찍 일어나 주변 산책길을 찾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난 그럼 적당히 같이 가다가 혼자 샛길로 빠진다. 그것도 좋다. 우리 남편은 한번 발동 걸리면 쉴 새 없이 걷기 때문에 내 다리가 부러지기 직전인 경우가 많다. 그도 그리 강요하지 않는다. 아내가 배고프면 짜증 수치가 엄청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밥에 집착이 없는 남편이지만, 나를 위해 먹을 것을 찾아준다. 내가 짜증 나면 자기도 괴로우니까.


나도 불만이 왜 없을까나? 눈치가 너무 없는 남편 때문에 속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결혼은 항상 시험을 쳐야 하는 진행 중인 수업이다.  남편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 Don't depend your life on the kids. They won't always be there for you. Guess who will be there? Me? Your wife"


남편은 그 말을 느낀 적이 있었다. 큰 애가 사춘기시절 아빠에게 " I hate you"라고 소리쳤을 때, 내 어깨에 묻혀 울 던 날이다.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아이가 정신이 나갔다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자기 눈치 없어서 그런 줄 모르고. 참 내!


집을 비우는 일이 많으니 두배로 노력해야 한다. Brian은 좀 더 관심을 못주고 노력을 안 해서 아내에게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내 옆을 지키고 있는 그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본다. 잊지 않으려고 찰칵찰칵 내 머릿속에 담아 두려 한다. 나보고 왜 자꾸 쳐다보냐고 핀잔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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