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chi H Apr 02. 2023

39. 탐정놀이

호기심 발동

승무원들은 탐정놀이를 좋아한다. 수백 명의 승객들을  지나치다 보면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몇몇 승객이 생각난다.


승객의 탑승을 도와주고 있는데 갑자기 웅성웅성 소리가 난다. 한 남자 승객이 나보고 잠깐 나와 봐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다른 승무원에게 앞을 지키라고 하고 복도를 나왔는데 한 여성분이 천천히 걸어오는데 다들 그 여성분을 피하고 있다. 물길이 갈라지듯이 그 여성분이 천천히 다가오는데 뭔가 잘 못 된 것을 감지했다.


그 여자분은 코피를 흐르고 있었고, 그녀의 몸은 마르다 못해 뱃가죽이 등가죽과 붙은 것 같은 몸을 하고 얼굴은 정말 기아 상태의 표정이다. 온몸엔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이 느낌에 에이즈 환자다. 난 급하게 비닐장갑과 휴지를 달라고 다른 동료에게 부탁했다. 에이즈 환자 중에도 중증인환자이며 아마도 약물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일 것이다. 요즘 에이즈 환자는 일상을 잘할 수 있는 큰 병이 아니다. 꾸준한 치료와 약물로 인해 많은 에이즈 환자들의 생존율은 광징히 높다. 메디컬 뉴스를 자주 본다. 조금만 기본 상식을 알고 있으면 일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그 승객을 멈추고 앞에 있던 휠체어에 앉히고 휴지를 주며 지혈을 하게 했다. 그녀는 비행기에 타야 한다고 조른다.  난 진정을 시키고 일단 기내 탑승 절차를 멈추었다.  기장에게 알리고 응급조치를 할수록 있게 구급대원을 호출했다. 어떻게 공항까지 수속을 마쳤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상태는 비행기를 탈 만큼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녀의 신분증을 확인하는데, 구급대원들의 놀란 표정은 감출 수가 없다. 난 울컥했다. 너무나도 젊고 이쁜 30대 초반의 여자 사진이다. 그녀의 메마른 얼굴은 아마도 80이 넘어 보인다. 어떻게 이지경이 되었을까? 구급대원은 그녀가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결론을 냐렸다. 그녀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좀 더 그녀의 사연을 듣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너무 아쉬웠다.


한 노인부부가 다소곳이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무슨 질문 있으세요 하고 할머니에게 물었더니, 그냥 나의 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려서 하며 칭찬하신다. 뭔가 외로움과 헛헛함이 느껴져 좀 더 수다를 걸었다. 어디 가세요?


할머니의 사연은 이렇다. 손자의 고등학교 졸업파티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중이라고 하신다. 그런데, 아들이 손자의 졸업을 못 봐서 안타깝다고 하신다. 아드님이 어디 계세요? 했더니 아들이 지난봄에 죽었다고 하신다. 안타까운 사연에 더 말씀 안 하셔도 된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수다라도 떨면 좋아진다고 하신다.


아들은 멋진 사업가였다. 잘생기고 아들도 둘이나 낳아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겨울 스키를 타러 갔는데, 어릴 때부터 스키를 좋아해서 정말 선수못지않게 잘 탄다고. 스키를 타다가 이번에 넘어진 것이다. 다행히 며칠간 휴식을 취하고 몸이 좋아져서 평상시 생활을 하는데, 3개월쯤 뒤에 갑자기 아들이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결국 아들은 자살을 했단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뇌출혈이 조금씩 있었다고 한다. 진작에 밝히지 못한 안타까움이 크다고 하신다.  아마도 며느리도 손주에게도 남편에게도 감히 누구도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백인 부부가 동양아기 남자아이를 않고 탑승을 했다. 짐작으론 아마도 입양아기 일거다. 아가기 참으로 곱게 생겼다. 부부의 눈빛이 나에게 자꾸 쏟아진다. 아마도 동양아기를 입양했으니 내가 혹시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닐까 하고 호기심이 들었을 것이다.


알고 보니 중국에서 입양한 아기이다.  아기는 참 건강하고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조금 실망한 것 같다. 아이에 대해 자랑을 하고 싶은지 혹시 사진첩 보여줘도 되냐고 묻는다. 흔쾌히 아기의 사진을 몇십 장을 본 것 같다. 똑같은 아기의 사진이 계속해서 나온다. 부부의 행복한 그 마음을 깨고 싶지 않았다. 아기 아빠는. 혹시 승무원들이 팁을 받아도 되냐고 묻는다. 너무 친절해서 고맙다고 사례를 하고 싶다고 한다.  승무원들은 팁을 받아도 되지만, 우린 팁을 받고 월급을 채우는 그런 직업은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아기의 사진을 우리에게 공유해 줘서 영광이라고 했다. 그 부부는 나의 성의를 알아채고 미안하다고 한다. 얼마나 행복할까? 멋진 가족을 찾은 아기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한다.


맨 뒤편 좌석에서 덩치가 큰 아저씨가 쪼그리고 앉아 칵테일을 한잔 하는데 그의 부츠와 재킷이 금세 어디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급하게 비행기를 탑승한 차림이다. 뭘 그렇게 짓다가 옷 갈아입을 시간 없이 탓냐고 농담을 했더니, 짓지는 않고 대신 폭파를 해줘라고 한다.


폭파? 그런 단어는 비행기 안에서 조심해야 하는데? 오 마이갓! 뭘 폭파하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이 아저씨는 가건물을 폭파시키는 전문 폭파범이다. 그냥 작은 건물 폭파가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면서 유럽에 있는 성도 폭파하고, 빌딩도 폭파를 한다. 얼마나 멋진

! 최고다. 건물을 폭파시켜 주면 돈도 받고 스트레스도 풀고? 이런 직업을 하는 사람을 보다니.  아저씨는 나에게 베르사유성 같은 건물을 폭파시키는 비디오를 보여 주셨다. 나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칵테일을 사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성심껏 대답해 주신다. 그 마지막 점화 버튼을 허락받고 돈을 받고 누를 수 있다니! 기가 차다!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일까? 어디를 가는 걸까?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 탐정 놀이에 지칠 날이 없다. 나의 호기심은 내 두뇌를 자극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8. 오해?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