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chi H Apr 16. 2023

44.Sex trafficking

용감한 그들

친구들과 커플 데이트를 하기로 하고 오랜만에 L.A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오자고 했다. 친구 남편 생일도 있었고,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친구의 생일 선물 겸 항공패스를 사용하여 같이 가기로 했다. 또, 나와 친구는 목욕탕 가서 때를 밀고 마사지를 받고 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신이 났었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가서 Korea Town에 가서 쇼핑도 하고 목욕탕도 가고 갈빗집도 가기로 하고 일찍 Oakland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기다렸다.  


우리 비행기는 벌써 도착했다. 그런데 승객이 다 내렸는데, 승무원들과 기장들이 내리질 않는다? 무슨 일이지? 한참을 기다리는데 비행 스케줄이 점점 지연이 되었다. 구급차가 활주로에 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사이렌도 없고 내리는 사람이 없다. 뭐지?


한참을 지나 거의 1시간 반을 지연하더니 탑승 수속을 한다. 우리도 좌석티켓을 받아 급히 비행기를 탔다. 혹시나 해서 지상직원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었는데, 얼핏 귀속말로 Sex trafficking이라고 말한다. 뭐?


그렇게 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며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서 즐겁게 신나게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왔다. 내 친구는 이탈리안 사람인데 한국 목욕탕 매력에 흠뻑 빠진 친구다. 그녀의 어머니도 가끔 오시면 한국 목욕탕에 꼭 들리신다.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아쉬워할 정도이다.  


몇 달 후 교육을 받는데, 그날의 사건이 한 사례로 전해졌다. 아! 바로 내가 탄 그 비행기에서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지연이 된 것이다.  너무나도 잘 아는 친구가 일을 한 스케줄이었다.


앳된 여자아이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화장실을 분주히 왔다 갔다 하더란다. 내 친구는 별생각 없이 어디 아프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괜찮다며 자기 자리로 가더란다. 다시 몇 분 후 그 아이가 다시 자기에게 오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 HELP"라고 하더란다. 갸느린 목소리는 많이 떨리고 눈동자는 겁이 잔뜩 먹은 처량한 강아지 같았다고, 그러면서 자꾸 기내를 뒤돌아보면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단다.


친구 Andrea는 베테랑 승무원이다, 난 때론 귀찮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녀에게 항상 물어본다. 그녀는 걸어 다니는 전형적인 승무원 백과사전이다. 또한, 열정이 많은 친구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친구이다.


그녀가 마지막 비행을 하는데,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다. Kansas City에서 Oakland로 오는 새벽 비행이었다. 그녀는 여자아이를 달래며 좀 더 물어볼 것이 있으니 차를 한잔 줄 테니 자리로 가지 말고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여자아이가 갑자기 마음을 돌리며 괜찮다고 그냥 좌석으로 가겠다고 하더란다.  혹시 동행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는데,  아이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도와달라고 하소연을 하더란다.


아이는 도착하면 한 남자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도망치면 아마도 자기를 죽일 거라고 했다. 그 남자를 피할 수 없다고 두렵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아마도 비행기 안에 누군가가 자기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그 아이는 Andrea의 팔을 꼭 잡고 흐느꼈다.


Andrea는 다른 동료들과 기장들에게 급히 연락을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가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최대한 사적인 질문은 삼가하고 위로를 했다. 너무나 불안한 아이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전형적인 sex trafficking case이다. 어린아이들을 돈으로 유혹하여 비행기에 태우고 다른 한쪽에서 아이를 픽업하여 성매매업을 시키는 족속들의 방식이다.


미국은 이런 사례들이 꽤 있다. 또한,  호텔에서 성매매업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가 있으니  경찰들이나 자원봉사 단체들이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 승무원들에게 예방교육을 시키고 호텔체인의 특유의 인테리어를 알아보고 수사망을 좁혀 잡는 경우도 있다. 특히 호텔을 자주 가는 항공사 직원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이렇게 비행기로 이용하는 사례들이 많아서 우린 항상 긴장을 하며 승객들을 관찰한다.


동료들은 그날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해냈다.  팀워크가 잘 된 케이스이다. 또한 그 아이는 베테랑 승무원인 Andrea를 만나서 행운이었다. 007 작전이 시작이 되었다. 그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조용히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하고, 구급차를 사에렌 소리 없이 조용히 기내 뒤쪽으로 이동시켰다.


승무원들과 기장은 아이에게 "17살 내 딸과 같은 나이야! 아빠 같은 나를 믿고 저 앰뷸런스를 타고 가면 우리가 널 끝까지 책임을 지고 널 보호해 줄 테니, 절대로 두려워 말라고 아이를 설득해서 앰뷸런스에 태웠다고 한다. 그녀는 Andrea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고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동료들은 뒷문으로 조용히 빠져나와 누구도 눈치를 못 채게 공항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그사이 경찰들은 게이트 주변에 잠복을 하면서 그 아이를 찾는 남자를 기다렸다고 한다.


또 한 번 감동적은 휴먼다큐멘터리가 생긴 것이다. 아이가 부모품에 돌아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Andrea에게 덕분에 나의 커플데이트가 1시간 30분이나 지연되었다고 투정을 부려 본다. 우린 서로 잘 안다. 얼마나 그 상황이 그녀에게도 두려웠고 떨렸던 상황인지. 용감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43.Warrio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