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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Apr 18. 2023

45.Hotel evacuation

Corpurs Christi, TX

승무원들과 조종사들마다 선호하는 호텔들이 있다. 대체로 관심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은  호텔위치가 가장 중요하다. 아마도 주변에 걸어서 나갈 수 있는 공원이나 볼거리가 있거나 식당들이 있으면 최고의 호텔이다.  위치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호텔식당이 좋으면 또 나름 감점을 감안해 준다. 호텔식당이 별 볼일 없으면 잠자는 침대가 편하면 또 나름 감안이 된다.


호텔마다 항공사 직원들에게는 일정적으로 쿠폰을 주거나 할인혜택을 준다. 대체로 우리 항공사는 꽤나 큰 할인 혜택을 받는다. 그만큼 팁을 넉넉히 주는 승무원들과 조종사들이라 단골 호텔직원들이 좋아하는 경우도 있어 서비스를 잘 받는 경우도 있다.


가끔 아주 동떨어진 동네를 가기라도 하면, 간단히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침대라도 편하면 만족한다. 어느 날 Corpurs Christi, Texas라는 작은 해안 도시에 비행을 갔을 때였다. Gulf of Mexico에 있어 조금은 따뜻한 날씨다. 보통 여기 오면 해물음식을 먹거나, 자전거를 빌려 해안을 싸돌아 다니다 맛집을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이런 날은 습도 때문에 호텔에서 에어컨을 무지 털어놓아 쌀쌀하다 못해 추울 정도다. 내 가방에는 스카프와 wind breaker가 항시 준비 되어있다. 워낙에 조그만 도시라 하루에 한 번 비행이 있어, 그날 호텔에 투숙하는 승무원과 조중사들은 우리가 전부였다.


다들 30분 후 옷을 갈아입고 호텔 식당에 모여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보통 호텔방에 들어가면 잠금문은 잘 잠겨지는지,  침대밑에, 옷장이며 화장실이며 구석구석 살핀다. 그리고 손을 제일 먼저 씻는다.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목록이다. 동료들은  대체로 TV를 켜고 백그라운드 소리를 켜 놓는 일들이 많은데, 난 TV가 싫다. 그래서 보통 라디오를 켜거나 그냥 음악을 튼다. 슈트케이스를 펼치고 기본 화장품가방과 유니폼을 옷장에 걸어둔다. 그리고 침대가 두 개면 이불을 들춰보고 좀 더 깨끗한 듯? 한 침대를 정하고 충전지를 옆에 꽂아두고 다음날 일어날 시간 알람을 맞춘다.


나의 호텔방 체크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양치를 하고 신발을 갈아 신으며 준비를 하던 순간,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린다. 처음은 무시. 보통 테스트나 잘못된 경보가 많다. 두 번째 또 한 번 울린다. 방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분주히 사람들이 다들 밖으로 나온다.


이번엔 진짜인가 봐. 지갑을 챙기고 스카프를 챙겨서 계단 출구로 따라 내려갔다. 나의 방은 7층에 있어 내 무릎이 조금 고생을 해야 했다. 5층쯤 내려가니 부기기장이 샤워하다가 나왔다고 축축한 머리에 반바지 차림에 슬리프를 신고 출입구에 나타났다. 로비에 냐려가니 다른 승무원도 샤워를 하다가 급하게나와 지갑도 못 챙기고 반팔 소매에 반바지만 입고 나왔다.


알고 봤더니 부엌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모든 숙박객들이 대피룰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 하루종일 제대로 먹은 것도 없는데,  식당까지 문을 닫으니 숙박객들의 불만이 크다. 웃긴 건 음식은 못주는데, 술은 공짜로 준단다. 빈속에 무슨 술이야? 개판이다. 좀 있으니 커다란 벨트를 찬 전형적인 카우보이 아저씨가 초 저녁부터 공짜술을 퍼먹고 고주망태기 되어 호텔 직원에게 주사를 부리고 있었다.  아! 내가 일하는 일터도 아니니. 간섭도 못하겠고 답답한 상황이다.


우린 추운 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 식당을 탐색했다. 다행히 현지 밥집이 문을 열어 간단히 저녁을 먹기 위해 그곳으로 대피를 했다. 문제는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은 법으로 정한 휴식 시간이 있다. 그 휴식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항공사가 불가피하게 벌금을 내거나 직원들에게 따따불로 임금을 주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호텔을 체크인한 순간 휴식은  커녕 일의 연속이 된 경우이다. 이럴 땐 보통 기장이 전화를 하거나 기장이 없으면 리더 하는 승무원이 스케줄 직원들에게 연락을 해서 시간을 조정한다. 그 이유로 우린 다음 날 아침에 있는 비행기를 연기할수록 밖에 없었다. 승객들은 이유 없이 비행기가 지연될 거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날 우린 TV에 현지 뉴스 속보로 나왔다. 작은 도시에서 일어 나는 큰 사건이었나 보다. 모두들 뉴스를 보며 한바탕 웃은 일이 기억이 난다. 투숙개들이 다들 하얀 보자기 같은 이불을 쓰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데 무슨 "Casper" 유령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로비에서 다들 벌벌 떨며 이불을 감싸고 쪼그리고 누워 자는 동료 승무원과 쩌렁쩌렁 고함을지는는 숙박객과 속보라고 뉴스차들이 호켈 입구에 늘어져 있는 모습들.  무슨 영화 속 장면 같았다.


혹시나 가스중독으로 못 일어나면 어쩌니? 하며 다들 아침에 무사히 보자고 하며 마침내 잠을 청하러 갔다. 굿 모닝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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