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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Apr 20. 2023

46.Forgotten war

참전용사 추모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이민 온 한국인들이 전쟁에 참여한 미국인들 용사들을 보기는 흔한 일일수도 있다. 특히 미국은 모든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가? 한국전쟁은 " forgotten war"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미국인들이 그리 흔히 알지 못하는 전쟁이다.  그들은 미국이 한국의 독립을 도와줬다는 인식으로 알고 있다. 일본이 얼마나 한국을. 정착했는지도 모르고, 또한 한국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막연한 전쟁국가이며 남북이 갈려져 아직도 전쟁상태이고 매우 위험한 국가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또한 한국은 유일하게 미국에 감사인사를 표현한 국가다.


5월이면 집 근처 국립묘지에서 전쟁 참전 용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있는데 참전용사들이 참여하고 가족들과 자원봉사들이 군인 악대부에 마쳐 국립묘지까지 행군을 한다. 난 아이들에게 한국의 독립이 여러 나라의 희생으로 된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어릴 때부터  항상 한국 국기를 만들어 그 행사에 참석하게 했다. 둘째 딸이 2살 반쯤이었다. 흡사미국 국기의 줄무늬 모양의 원피스를 입은 탓인지, 한국 국기를 손에 들고 묘비를 잡고 심각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샌프란시시코 일간지에 나온 적도 있었다. 사실은 이 아이는 똥을 싸고 있었다. 아주 심각하게, 그들은 아직까지 그 비밀을 모른다. 우리 남편은 그 기사 일면의 사진을 아주 잘 간직하고 있다. 쉿! 비밀이야.


플로리다에서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조금은 늦은 아침 위싱턴 수도로 가는 첫 항공 일정이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 출구로 가는데 많은 전쟁 참전 용사들이 모두 탑승 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대체로 80세가 된 지극히 나이 드신 참전 용사들이었다. 다들 베트남 전쟁이나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다.


전쟁 참전 용사 기념일 행사를 하러 가는 건지 전세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상 직원이 첫 번째 우선 탑승명단자를 주는데, 80명이 넘는다. 휠체어를 타고 탑승을 해야 하는 이유로 공항에 있는 많은 휠체어를 가지고 와도 30대를 번갈아 가며 탑승을 하여서 우선 탑승만 1시간 반이 걸렸다. 다행히 나머지 일반 승객들은 그들의 케어를 봐주는 사람들이나 식구들이다.  


다들 귀여우시다. 베트남이나 한국 전쟁에 참여하셔서 그런지 동양인 승무원을 보니 호기심이 생겼는지, 어디서 왔냐, 어떻게 왔냐, 몇 살에 왔냐, 한국에 언제 갔는지, 다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공세로 정신이 없다. 또한 내가 무슨 연예인라도 되듯이 손을 붙잡고 사진을 찍자고 난리이시다. 자식들 이야기이며, 손자들 사진까지 모두 꺼내어 보여 주고 싶어 내 손목을 잡으시고 수다삼매경이다. 당신들이 참석한 그 한국에서 온 승무원이니, 신기해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들이 본 한국의 기억은 서울에 텃밭이 더 많은 나라였을 것이다.  


한 할아버지는 한국이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히신다. 너무 늙어서 이젠 못 가하시며 아쉬워하신다. 난 할아버지께 한국이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힘센 손주들의 도움을 받아 꼭 한번 가보셨으면 좋겠다고 하니 눈물을 훔치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돈다. 젊은 목숨을 잃은 친구들도 있다며 말씀 하시는데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한 어르신은 한국인 아내가 먼저 갔다고, 손주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한국 여자들 참 예쁘고 똑똑해 그런데 무지 무서워하시며 농담을 하신다.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전쟁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아빠는 전쟁이 일어날 당시 청소년이었다. 어린 나이에 운전병이 되었다. 많은 군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이분들의 전쟁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아빠가 그립다.


워싱턴 D.C에. 내리시면 같이 못 가서 아쉽다고 하신다. 나도 그분들 가시는 길이 아쉽다. 언젠가 꼭 한국을 보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시려나. 그들의 희생이 얼마나 가치가 있었는지, 전쟁이라는 참흑한 순간에도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살아 난 한국인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울지 한국의 전자제품을 쓰시고 한국노래가 미국인들이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고 하면 얼마나 놀라실까? 중년 미국아저씨가 블랙핑크 그룹의 셔츠를 입고 비행기를 탄 기억이 떠 오른다.


오늘은 문득 그분들의 쪼그라든 얼굴과 손들을 떠올리며 내 아빠의 얼굴과 손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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