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chi H Apr 22. 2023

48.가족

Family affair

1년에 한 번씩 가족들을 보러 한국을 가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은 2년에 한 번씩을 같이 가서  한국의 가족을 만나려고 한다.


한 해는 혼자 한국을 가야 할 상황이 생긴 적이 있다. 친구 Sunny 가 예전에 다른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한국을 몇 번 갔는데,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내게 동행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난 꽤 까다로운 여행자이다. 친구에게 가족을 보러 가는 일이라 그리 신경 쓸 수 없고 아마도 가고 싶은 곳을 다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는 괜찮다며 동행을 했고 우린 그렇게 한국의 가족을 방문하게 되었다. 다른 항공사에서 일찍 퇴직을 한 그 친구의 혜택으로 덕분에 우린 일등석 좌석을 얻게 되었다.


항공사 직원들은 보통 승무원과 기장들에게 나누어줄 작은 감사의 선물표시로 먹을거나 생필품 같은 조그만 선물을 들고 탄다.  그럼, 같은 회사 직원들은 아니지만, 공감대가 커서 매우 대접을 잘 받고 비행을 할 수 있다. 요즘엔 한국 화장품들이 인기가 많아 페이스 마스크를 사거나, 일회용 크림 같은 거 샘플을 구해서 승무원들에게 주면 최고의 인기 품목이다.


사람마다 여행을 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난 혼자 여행하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다.  모든 계획을 일정을 짜서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 대충대충이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철저히 계획에 맞춰서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는다. 그런 것을 대비해 난 항상 백업 플랜을 다시 짜 놓는 성격이다. 그런 상황에 나를 믿고 잘 따라주는 친구들과의 여행은 때론 쉬은 편이다. 여행 경험이 적고 모든 것을 나에게 의지를 한다면 난 정중히 거절한다. 스스로 여행계획을 짜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계획하는 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 이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가서 알아보자고 하는 분들과는 여행을 같이 할 수 없다.


내가 하는 여행이 정답은 아니다. 그들의 세계관이 있기 때문에 누구든 자기만의 개성을 보이는 여행이 있다. 어쩌다  친구와 여행을 해도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지려고 노력한다. 먹는 음식관이 틀리면 꼭 혼밥을 하기도 한다. 혼밥에 익숙한 나로선 그다지 부담이 되질 않는다.


다행히 가족들은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우린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Sunny 옛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샌프란 시스코에서 지상 직원으로 일하는 타 항공사 직원인데 그분은 중년의 한국분이었다.  한국을 방문하고 같은 시간대 비행기를 타려고 대기 중이었다. 일단 우린 먼저 항공표를 받아서 게이트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그 한국분이 뒤늦게 따라오면서 한숨을 쉰다.


무슨 일 있으시냐고 했더니, 티켓 요원이 항공권을 주면서 자기를 기억한다고 하더란다. 어머?  어떻게? 알고 봤더니 그 티켓 요원이 2년 전 어머니랑 미국을 여행을 할 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표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 중년의 한국분이 티켓을 발매해주는 샌프란시스코 현지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아주 불친절해서 자기 엄마가 눈물을 흘리고 자기들 가방도 잃어버렸다고 기억한다고 하더란다.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2년 전의 얼굴을 기억을 했을까? 얼마나 이 복수의 시간을 기다렸을까?


그 중년의 한국분은 자기의 가방이 잘 도착할지 걱정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알고 보니 일주일이 지나도 그녀의 가방은 샌프란 시스코에 도착하지 않았다. 아마도 저 멀리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가지 않았을까?


타항공사 직원들은 자주 우리 비행기를 타면서 다른 도시로 일을 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국내선 비행 스케줄이 많은 우리 항공사가 타 항공사 승무원들의 출퇴근을 돕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타 항공사 직원들이 타면 물심양면 친절히 도와주려고 한다. 언제 어디서 그들의 도움을 받을지 모르는 일이다.


한번은 파리로 가는 타비행기를 탔는데, 승무원이 나에게 우리 항공사 승무원 가방 액세서리를 주는 것이다. 자항공사도 아닌데 왜 이걸 가지고 있냐고 했더니, 우리 항공사 승무원들이 항상 도와주고 친절해서 일부러 여러 개를 사서 고마움의 표시로 나누어 준다고 한다.


이렇게 우린 형제자매 의식이 있다. 힘들 때 부딪치면 또 서로에게 위안을 준다. 이것도 가족이 아닐까? 또한 절대로  엄마를 울게 하지 마라. 그녀의 복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47. 승무원의 노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