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초비(anchovy) 사랑

by Goodmorning

나에게 사랑은 늘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가슴에 와서 꽂힌다. 그래서 큐피드가 왜 활과 화살을 들고 다니는지 전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즉각적인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성에 대해서는 느리게 오르는 온돌 시스템?)을 제외한 다른 분야, 즉 먹거리, 작가, 음악, 영화 같은 것들에게 향한다.

삶과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요소들에 대한 사랑.

멋있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옳게 말하면, 그냥 "편식"이 심한 것이다.


"확! 꽂혔어"가 나에게는

"이제부터 당분간 너만 파겠어"의 동의어다.


예를 들면, 얼만 전 대히트를 쳤던 화사의 노래 "굿굿바이"는 단박에 뮤비와 노래에 꽂혀서 몇 달 동안 그 한곡만 무한 반복으로 보고, 들었다.


반면, 하루끼(일본 작가)의 경우는 이십 대부터 꽂힌 것이 중년이 되면서 조금 사그라든 경우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주야장천 미친 듯이 하거나, 먹다가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해변가 모닥불에 모래 한 바가지 확 뿌리 듯 꺼지기 일쑤이다.


엔초비(anchovy)

정확하게 지금 "엔초비 김밥"에 푹 빠져있다.

우연히 TV에서 엔초비를 넣고 김밥 만드는 것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아! 나 엔초비 좋아하는 여자였지?

엔초비와 김밥의 콜라보?


레시피랄 것도 없이 만드는 방법은 심플했다.

계란말이를 부드럽게 만들어 채소 넣고 엔초비 넣어 말면 끝.

김밥 만드는 수고로움에 비하면 반도

안 되는 노력으로 최상의 결과물이 나온 느낌이다.

게다가 헬띠(healthy)한 느낌까지.

이건 마치 "동ㆍ서양의 국제결혼",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화합의 악수, 포옹"


부드러운 계란과 아삭한 채소의 식감,

거기에 한 번씩 탁! 탁! 치고 들어오는

엔초비의 짭조름함.

예상했던 맛 이상으로 조화롭고 매력 있다!


빠졌다. 폭 사랑에 빠져 버렸다.

다시.


이틀에 한 번씩 만들어 먹은 지 2주가

되어간다.

예전 같으면 매일 만들었을 텐데...

남편이 만류한다. 자기는 엔초비가 별로란다.


이게 왜 별로지? 젓갈은 좋아하면서?


내 입은 오늘도 시칠리아 해변의 바닷바람을 맞으러 간다.

엔초비 김밥 지옥의 해방일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무시한 채.




엔초비(anchovy)

지중해산 멸치류의 작은 물고기.

마트에서는 캔, 병, 플라스틱 용기에 머리와 내장을 빼고 갈라 필렛(fillet, 살코기) 형태로 오일에 저장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글 대문 사진은 상표를 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