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신문

조간 브런치 구독 중

by Goodmorning

이른 새벽 일어나 커피로 정신을 깨운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팔로잉하고 있는 작가들의 글을 꼼꼼히 읽어 보는 것이다.

오늘 새벽엔 문득,

매일의 이 행위가 조간신문을 읽었던 예전의 내 모습과 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가 정신을 깨우고 신문이 뇌를 깨웠던 매일 아침의 의식.

그러다 보니 요즘도 신문배달을 하나?라는 궁금증까지 생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제법 다니는 골목에서는 상품권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신문사 영업사원이 간혹 계셨는데 최근엔 도통 뵌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나도 신문구독을 안 한지 10년이 넘은 것 같다. 핸드폰으로 기사를 아무 때나,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된 시대가 일상이 된 후에도 자전거가 탐이 나고, 상품권에 눈이 멀어 꽤 늦게 까지 신문구독을 했었는데...

그것도 아득히 먼 얘기가 되었다.

화면으로 보는 글은 왠지 눈으로만 읽고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아 선호하지 않았다.

아직도 글은 종이에 찍힌 활자로 보며 꼭꼭 씹어 읽어야 제대로 이해되는 느낌이다.

그나마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길들여져 화면으로 보는 글도 익숙해지기는 했는데(인체는 정말 적응의 천재다) 초기엔 읽고 나서도 도무지 생각이 안 나고 읽히지도 않는 난독증을 앓았다. 그 오랜 시간의 훈련 덕분에 지금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게 된 것이니 내 눈과 뇌에 감사할 따름이다.

조·석간신문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남자들이 와서 가장 많이 하던 아르바이트 중 하나가 신문배달이었다. 조간 배달, 석간 배달, 혹은 둘 다.

배달 아르바이트는 학교 수업에 지장이 없는 시간대에 가능해서 선호되었고, 학기 중엔 조간이나 석간만 하고 방학엔 조·석간 배달을 다해서 짭짤하게 돈을 벌 수도 있었다.

자전거만 탈 줄 알면 되기에 접근하기 좋았고 규칙적인 생활과 더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장점 또한 있었다. 그렇지만 날씨는 가장 큰 복병이었다. 비가 많이 오고 우기가 긴 일본에서 이 기간 동안의 배달은 부상의 위험과 신문 하나하나 모두 비닐에 넣어야 하는 일까지 덤으로 추가되었다.


게다가 미끄러지거나 해서 배달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오매불망 새로운 소식만을 기다리는 고령자들의 항의 전화는 빗발쳤다. 그럼에도 3~4시간 정도의 아르바이트 치고는 꽤 수입이 괜찮은 일이었다. 친한 친구는 일본에 있는 5년의 시간 동안 신문 배달만으로 자신의 생활비와 방세를 충당했다.


그 친구와 나는 오랜 시간 동안의 절친한 친구이자, 아르바이트 종류는 달랐지만 서로의 고달픔을 나누는 동지이기도 했다. 빛났지만 처절했고, 기약 없는 미래의 불안으로 힘들었던 우리는 서로의 절박함과 불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를 나누었고 각자의 꿈을 응원해 줄 수 있었다.


더구나 당시엔 나도 조간신문을 배달받고 있었고 친구의 배달지역이 아님에도 친구가 가져다준 신문 같은 느낌으로 새벽 신문을 만났었다. 특히 비 오는 날은 무사히 배달을 마쳤는지 염려하며.

일본을 자주 여행하면서 한 번도 소환되지 않았던 이 기억이 느닷없이 일상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얼마 전, 일본 여행 중 묵은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조간신문을 넣어 드릴까요 "라는 물음을 통해서였다.


신문이요? 처음 듣는 질문이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옛날 생각이 훅! 스쳐 갔다. 친구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기억을 시작으로...

“네, 부탁합니다”라고 대답해 놓고 뭔지 모를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다음날 새벽,

문 앞에서 뽀시락 소리가 나는 걸 듣자마자 바로 방문을 열었다. 방 출입문 옆에 신문거치대가 있었고 석유 냄새나는 신선한 신문이 곱게 접혀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오랜만이야”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토닥여 주고, 안아주고 싶은 나의 이십 대의 추억을 대면한 듯.

4일을 묵으며 매일 아침 받았지만 한 번도 다 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잊고 있었던 그 옛날 추억을 되살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조간신문이었다.

가방에 넣어 데려오고 싶었으나 추억은 묻어둘 때 더 아름답기에 일본이라는 공간의 그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눕혀 놓고 왔다.

석유 냄새향이 은은한 신문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지만, 지금은 “조간 브런치”를 배달받고 있으니 그 허전함을 조금은 메우고 있지 않을까?


참, 그 친구는 자전거 타며 단련된 건강한 다리로 가족들과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