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너무 낯설었던 너, 싱글리시
제가 싱가포르에 도착한 것은 2014년 5월 초였습니다. 5월 18일에 한 번 더 결혼식을 올리고, 비자를 받은 후, 6월 초부터 싱가포르 지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생활하게 된 저에게, 매일 30도를 웃도는 싱가포르의 날씨와 극심한 습도는 초기 정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합류한 팀에는 경력이 많은 두 분의 선배님들이 계셨는데, 두 분이 이야기하실 때는 종종 중국어와 싱글리시를 섞어 사용하곤 하셨어요. (싱글리시란 Singapore + English의 합성어예요. 우리나라의 콩글리시와 비슷해요.) 다른 부서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일하던 사무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이 있었고, 동시에 4~5가지 언어가 들릴 때도 있었어요. 중국어, 바하사 말레이어, 바하사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필리핀어 등 다양한 언어가 교차했죠.
동료들이 저를 따돌리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중국계 직원이 많다 보니 캐주얼한 농담이나 사적인 이야기는 중국어로 하는 것이 더 편했을 겁니다. 이해하면서도 가끔은 알아듣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되뇌었죠. 제가 처음 배운 싱글리시 표현인 "Can can lah!"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요.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당연히 되죠, 된다니까요, 되고 말고요" 정도가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 일할 때는 점심 시간이 되면 주로 팀별로 함께 식사를 했는데, 싱가포르 지사에서는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분들, 차를 타고 근처 쇼핑몰에 가서 먹고 오는 그룹, 근처 호커 센터(푸드코트 개념)에서 후다닥 먹고 오는 분들, 빌딩 내 카페테리아에서 먹는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처음에는 업무를 배우느라 점심을 거르기 일쑤였지만, 나중에 팀에 젊은 동료들이 합류하면서 가끔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식사하기도 했어요.
한국에서 김치찌개, 청국장, 파스타, 설렁탕, 갈비탕 등 다양한 음식을 돌아가며 먹다가, 정해진 카페테리아 메뉴에서만 식사하려니 금방 실증이 났습니다. 메뉴는 주로 샐러드, 인도 커리, 스테이크 같은 서양 음식들이었어요. 한국이 무척 그리워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도 거의 매일 자정까지 야근을 했습니다. 저는 서비스 세일즈였기에 견적서와 함께 서비스 계약서가 나갈 때, 서명을 받기 위해 끝까지 남아 있었죠. 마지막 결정권자에게 제 서비스 가격 논리를 직접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가려 택시를 기다리면서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밀려와 혼자 눈물을 삼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스스로에게 이야기했습니다. "Can can lah!"
늦게 퇴근할 때면 늘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에서 기사님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요, 그렇게 싱가포르 새댁이 되어 기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소했던 싱글리시를 배웠습니다. 나중에 제가 싱가포르를 떠날 무렵에는 택시 기사 아저씨들조차 제가 싱가포리안인 줄 알았을 정도로 유창하게 싱글리시를 구사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흑역사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