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세일즈로서의 여정
제가 싱가포르 지사에서 맡았던 포지션은 서비스 세일즈 & 마케팅 매니저였습니다.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았죠. 당시 한국 지사에는 약 300여 명의 직원들이 하던 일을 싱가포르 지사에서는 약 70여 명이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 직원이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서비스 세일즈는 장비 판매 시, 또는 판매 후 장비 관리를 위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역할이에요. 물론, 서비스 세일즈 담당자가 직접 계약서를 팔 수도 있지만, 주로 제품 세일즈 담당자가 장비를 판매할 때 서비스 계약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즉, 제 주요 고객은 같은 회사의 제품 세일즈 팀이었어요. 당시 제품 세일즈는 6명이었고, 저희 회사에서 판매하는 장비의 종류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반면, 서비스 세일즈 담당자는 저 혼자였죠. (마케팅 매니저는 약 10%의 시간만 할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여러 개의 장비 견적이 한 번에 나가는데, 그 모든 장비의 서비스 계약서를 혼자 준비해야 했습니다. 기존 서비스 계약 가격을 비교하고, 왜 그런 가격을 제안했는지 제품 세일즈 팀을 설득하는 것도 제 역할이었어요. RFP(Request for Proposal)가 나오면 서비스 관련 질문과 가격을 빠르게 준비해야 했습니다. 속도와 정확성이 생명이었죠.
제품 세일즈 팀이 오면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이나 결정권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파악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준비한 서비스 계약을 가지고 고객에게 가는 사람은 결국 제품 세일즈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해관계자인 제품 세일즈의 이야기에 맞춘 서비스 계약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최종 승인 (Sign off) 전에는 절대 자리를 뜨지 않았어요. 제품 견적이 먼저 승인을 받고, 서비스 가격이 마지막에 승인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저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CFO나 CEO가 서비스 견적에 대해 질문할 때 직접 설명했습니다.
2014년 11월 초, 금요일 자정까지 일한 후 매니저에게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집에서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어요. 당시 임신 마지막 달이었고, 그 월요일에 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사진도 잘 찍지 않아서 사진이 없네요. 또르륵)
싱가포르의 고객, 시장, 조직을 처음부터 배우는 과정에서 저는 성실함과 책임감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그 결과 제품 세일즈 팀의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얻은 후에는 세일즈 활동이 훨씬 수월해졌어요.
3개월의 출산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열심히 일할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싱가포르 지사를 떠나게 되었죠.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