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일이요?
독일에서 제가 살던 남부 지역은 1년에 14일의 공휴일이 있었습니다. 그에 더해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1년에 30일의 휴가가 제공되었지요. 공휴일과 연차를 합하면 1년에 쉴 수 있는 기간이 44일이 됩니다. 2개월 정도이지요.
그리고 이 30일의 연차를 '잘' 쓰는 것도 직원 당사자의 능력이라고 비춰지는 분위기였습니다. 팀마다 팀 공유 캘린더가 있어서, 휴가를 계획할 때는 먼저 동료들의 휴가 계획을 확인합니다. 모두가 동시에 휴가를 갈 수는 없으니까요. 주로 자녀가 있을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가 쉬는 시즌이 정해져 있어서, 이때는 자녀가 있는 동료들이 휴가를 갑니다.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동료들은 학교 방학 시즌에는 모든 호텔, 비행기, 여행 경비 등이 비싸기 때문에, 흔쾌히 그 시즌을 피하고요. 이 동료들은 주로 비수기 때 휴가를 갑니다. 그래서 휴가 계획을 짤 때는 같은 팀 동료에게 제 업무를 back-up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연차를 신청할 때, 예를 들어 제 동료 마이클이 내 back-up이라고 매니저에게 알리고 갔지요. 이 back-up이라는 개념도 나중에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는 연차가 12일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래서 1주일을 몰아서 연차를 쓴다는 것은 결혼과 같은 라이프 이벤트에만 상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주말을 끼고 2일 쓰는 것도 다소 눈치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3주, 혹은 4주 이렇게 연차를 쓰는 독일 휴가 문화가 처음에는 매우 생경하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써도 될까?' 저는 처음에 계약직으로 조인했기 때문에, 혹시 그러다가 매니저의 눈 밖에 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이 들기도 했답니다. 그러다가 아들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름 방학이 약 6주였는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돌봄 서비스가 마땅치 않아서, 저희 가족도 처음으로 2주의 연차를 내고, 함께 가족 여행을 다녀왔지요. 회사 핸드폰,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았고, 정말 확인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쉼'을 제대로 경험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한국에서 일할 때,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일할 때, 독일 동료들이 항상 휴가 중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독일에 와서 일을 하다보니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적어도 제가 경험한 휴가 문화는) 정말 휴가를 '제대로' 쓰는 것 같았어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 혹은 5시에 집에 갈 때까지는 정말 업무에 집중을 하고, 개인 핸드폰을 보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요. 일하는 시간에는 일을 하고, 쉴 때는 또 제대로 쉬어서 재충전을 하고 돌아와야한다는 마인드가 전반적으로 공유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아이 유치원 방학 시즌에는 미리 휴가 계획을 짜서 충분한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요.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난 후에도, 저는 2주 씩 나눠서 휴가를 가곤 했었고요. 한국이나 싱가포르 (시댁)에 갈 때도 2주 이상을 넘겨본 적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주 정도 쉬면 다시 일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도 했었고, 또 함께 일하는 타부서의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이번 글에서 다룬 독일의 휴가 문화와 관련, 더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글을 마치며 제가 살던 지역의 독일 공휴일 (2025년 기준)을 남겨봅니다.
출처: https://www.qppstudio.net/publicholidays2025/germany-bayern.htm
다음 글에서는 독일 본사에 취업해서 처음으로 제가 담당했던 업무에 대해서 나눠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