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살 여자아이의 엄마입니다.

1. 닫혀진 문 / 닫힌 문

by 내이름은 피클


1. 닫혀진 문/ 닫힌 문


방의 문이 닫힌지는 8개월이 지났다.


작은 일로 시작된 이 인고의 시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닫힌 문 너머 아이의 공간은 철저히 고립되었고

남은 가족들은 처음에는 전전긍긍하다가

이제는 그저 문이 열리고 아이가 나와 우리에게 거짓말처럼 말을 건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거의 매일을 카톡으로 마라탕이나 햄버거를 주문한다.

처음 일이 시작되었을 때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다 써버리고 지금은 명사 하나로만 카톡으로 주문을 요구하는 아이가 어이가 없고 너무너무 미웠다가도,

그렇게도 좋아하던 집밥을 마다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배달음식으로만 지내려는 것을 보면 연민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본인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카톡으로 차마 보기 힘들 정도의 폭언을 쏟아내곤 한다.

그 카톡을 보고나면 후유증이 상당해 심약해져버린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나다가도,

조금 시간이 지나 진정을 찾으면 저러고 있는 본인의 마음은 어떨까 싶고 무엇에 저리도 화가 길게 갈까 싶어 짠해진다.


2학년이 되고 단 한번도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는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까지 집으로 찾아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듣는 이야기로는, 학교 갈 생각이 없다고 친구들한테 말을 했단다.

얼마전 집앞으로 찾아온 친구들을 어렵게 만나고 집에 들어와서는 혼자 엉엉 울던데, 그것 때문이 아니었는지 싶어 마음이 무겁다.

다음주에는 학교에서 서울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어쩌면 가장 반짝반짝할 시기에 닫힌 문 안에서 스스로 고립되어 있는 아이가 나는, 많이 아프다.


이 모든 원인은 부모인 우리에게,

특히 어미인 나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매일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나도 몰랐던 나의 자의식 과잉과 예민함으로 아이를 내 방식으로만 양육하고 많은 것을 통제하려 했던 것 같다.

나의 훌륭한 상담자 중 한 분인 둘째이모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아이들은 세상에 나면서 갖고 있는 몫과 성정이 있고 지금 내 아이에게 보여지는 것은 이 아이의 타고남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일시적으로는 꽤나 큰 위로가 되지만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그래도 내 탓이라는 자책감을 늘 갖고, 위축되는 중이다.


아이의 닫힌 문이 길어지면서 나와 남편의 자기 위로도 다양해진다.

일생에 누구나 한번쯤 겪는 것이 사춘기라면 차라리일찍 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또는 아이의 일생은 길다는 전제하에 어쩔 수 없이 지금 시기에 정규 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남들과는 다르게 천천히 가는 것도 아이의 특별한 인생이 될 수 있다, 등등

아, 정말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자기 합리화의 달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와 남편은 매순간을 견딜 수가 없다.


더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시간을 버티기 위해,

그리고 혹시 나와 비슷한 처지의 헤매고 있는 우리 부모들을 위해 이제 아이와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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