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수 있는 여름이 온다.
예전부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당시 또래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는 뭐든지 더 나아질 것 같았고, 생각도 명료해지고 무엇보다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무언가에 꽉 막혀서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법적인 어른이 된지 25년 가까이 된 지금, 나는 과연 자유로워 졌을까?
아니다.
물론 물리적인 자유는 더 생겼을지 몰라도 그만큼의 책임이 생겼고 그것은 생각보다 무겁고 진중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었던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때때로 그립다.
요즘들어 종종 부정적인 기운의 파도가 몰아칠 때가 있다.
그럴때는 이렇게도 사는 것이 힘든데, 계속 살아가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싶어 좋지 않은 생각에 빠진다.
버틸 힘이 사라진 것 같고, 아무것도 새롭지가 않다.
현재를 마음껏 누리고 살고 싶지만 나는 늘상 그러지 못하고
시간이 갈수록 보이지 않는 틀에 점점 나를 가두고 시야가 좁아지고 편협해져만 가는 것이 느껴진다.
꼭 뇌가 조여오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나를 살게 하는 것은 아직 어느 한 구석에 남아있는 자유로움이다.
그것을 내가 작게나마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은 제주의 여름이다.
13년 전, 타의로 떠밀리듯 오게 된 이곳의 여름은 매년 나를 휘젓고 간다.
여름이 온다.
아이는 여전하고 우리의 생활은 그대로이며 심지어 나는 가끔 아프기도 하지만
여름이 온다.
습하고 눅눅한 날들과 이 이상 더 좋을 것 없는 날씨의 반복은 쉬이 지루함을 느끼는 나에게는 축복인 셈이다.
다시 자유로워질 그때가 오고 있다.
더 버티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