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전 아이 친구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끔 아이들에 관하여 통화를 하는 사이였지만, 그날은 내가 몸이 많이 아팠던지라 나름 친절하게 받는다고 했으나 아마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요는,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는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친구들과 조만간 영화를 보러 갈 것이고, 외모에 조금씩 신경을 쓰는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한 집에서 사는 내 딸 이야기를 다른 엄마를 통해 듣고 있는 이 상황이 어딘가 이상했고,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전화를 종종 받을 때마다 준비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상대에게 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에는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서 그런가,
그날 이후로 닫힌 방문 안의 아이에 대한 마음이 조금 놓였다.
#2
교장선생님에게도 전화가 왔다.
아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무척이나 다정하시고, 우리 모녀 걱정을 진심으로 하고 계시는 것이 느껴지는 분이다.
몇달전만해도 교장선생님과 통화를 하거나 이야기를 할때는 눈물부터 났는데
이번 통화에서는 오히려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죄송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번주까지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정원 외 학적관리가 들어가게 된다는 말씀에, 내 대답은 이랬다.
"당연히 학교가 중요하고 이번주가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말을 더 하겠습니다만, 혹여나 아이가 그래도 반응이 없고 학교를 가지 않는다면 저희는 더 기다리려고 합니다. 아이의 시간은 다른 아이들의 시간과는 조금 다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당장 학교 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은 아이의 마음이 열리기를 보채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이렇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양해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교장선생님은 엄마가 많이 정리가 된 것 같다고 하시면서 기다려주시겠다고 했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아이와 우리 가족 주변에 그래도 고마운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가,
근래 기분이 괜찮은 편이다.
#3
어제 정말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말을 들어서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매우 참담하고 불쾌했다.
공부 잘한다고 온 집안의 기대와 희망을 받으며 무서울 것 없이 자란 40대 초반의 남자는 괴물이 되었다.
그런 말을 들은 것도 끔찍한데, 자신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모습은 정말이지 비겁하고 비열하다.
#4
그래서 내일은 파란색 옷을 입고 투표하러 갈 것이다.
좌우를 떠나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난 몇년간 더욱 더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 아이들과 다른 좋은 아이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 축제처럼 즐거운 삶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오히려 아이에게만 매몰되어 있지 않고 넓은 시선으로 바라봐서 그런가,
나쁘지 않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