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소품집 같은 삶을 지향한다

by 내이름은 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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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괜찮아,


학교는 마무리 되었다.

지난했던 마지막 협의회를 거쳐 올해는 일단락, 길에 다니는 교복입은 아이들을 보는 것이 꽤나 힘든일이 되겠지.

내부적으로 본다면 우리 가족은 괜찮다.

외부의 자극없이 아이를 오롯이 돌볼 수 있으니까, 가족 안에서의 문제는 우리의 노력과 기다림으로 충분히 언젠가는 해결이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그게 얼마나 걸리던, 학교에 대한 재촉 없이 아이만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가 듣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아이에게 다정한 말을 "가끔" 건네고, 끼니를 챙겨주고, 소소한 뒤치닥거리를 하고 있다..

다만, 아이의 얼굴을 못보고 살결을 만지지 못하는 것이 가끔은 사무치게 그립긴 하다.

하지만 이것들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


한동안은 마음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림도 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퇴근하고 나면 무기력했고 힘이 들었다.

학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학교에서 오는 문자를 받을 때면 단단하려고 했던 마음이 종종 무너지기도 했다.

이유없이 (분명 이유는 어딘가에 있겠지만) 눈물이 나고 슬프기도 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그 한동안의 시기가 지나고 나는 다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어릴적부터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하는 사촌 언니와 동갑내기가 얼마 전 미국에서 왔는데, 이들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최선을 다해 본인들을 가꾸고 아끼고 있었다.

여전히 그들을 따르고 좋아하는 나는 그런 모습을 눈여겨 보았고 심지어 감동까지 받아 놓고 있던 나를 다시 가꾸고 아끼는 중이다.

매일 똑같은 아침에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 더 늘려서 슬퍼보이지 않도록, 생기있어 보이도록 하고 있다.

아직 나는 40대 중반, 얼마든지 나를 가꾸고 삶을 즐겨야 할 나이임을 잊지 않는다.


여러모로 변화들이 있었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평화로운 소품집 같은 생활을 지향한다.

언젠가 돌아올 우리 딸과 여전히 내 곁의 동반자인 남편과 아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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