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불안 그리고 힘빼기

by 내이름은 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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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걱정, 불안 그리고 힘빼기



분명히 아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한다고 했지만 매순간, 혹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걱정을 하게 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다.

목구멍에 작은 생선가시 하나가 내내 걸려있어 일상생활에서는 큰 어려움음 없지만 어쩌다 내가 키운 걱정과 불안이 커지는 날에는 꽁치가시가 고래가시가 되어 목구멍을 콱 막고 있는 기분이다.


지나고 보면 견딜 수 없이 힘든 시간들이었건만 그래도 꽃길같은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

순간순간 반짝이는 햇살마냥 빛이 들어오는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지금 내 마음이 천근만근인 것은 아마, 처음 그때처럼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나라도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하나 고민중이다.


몇달 전 정말 이러다 내가 미칠 것 같아서 서귀포에서 나름 괜찮다고 하는 정신의학과를 찾은 적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편안한 의자에서 의사와 마주앉아 이야기 하면서 울기도 웃기도 하는 그런 장면은 적어도 내가 사는 현실에서는 없었다.

5분만에 끝나는 진료보다 더 참기 힘든건, 아이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엄마라는 사람은 대체 왜 그러고 살았냐라고 비난하는 듯한 의사의 눈빛과 말투였다.

다시는 병원을 찾지 않았고 지어준 경미한 우울증약은 바로 버렸다.

심리상담가와의 상담을 진행한 뒤에는 어른들이 좀 도와주시기는 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계속 진행하기 어려웠고, 지금은 글과 그림으로 셀프치유를 하고 있는 중인데 가끔은 벽에 막혀 오르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있다.

남편은 아이에게 걱정대신 관심을 가져보라 하지만 나는 그게 어렵다.


어느날 아이가 홀로 외출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학교에 있는 대낮에 후드와 청자켓까지 입고 약 40분 정도 외출했다고 하는데 이 아이는 어디를 갔으며 누구를 만났을까.


새로운 패턴으로 우리를 당황시키는 이 아이는 대체 어떤 마음으로, 생각으로 사는 것일까.

끝이 있긴 하는 걸까.

평온해 보이는 여느 날의 저녁, 나는 계속 어딘가 불안했다.


여름이라는 핑계로 바다와 물을 찾아 다니고 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조만간 프리다이빙을 배워보려고 한다.

최소한 물에 있고, 뛰고, 어제 배운 이퀄라이징을 연습할 때면 걱정과 불안을 사라지고 몸과 마음의 힘을 빼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어제 친구들이 그랬다.

물에 있으면 힘을 빼야 하고, 그게 결국은 마음에 힘을 빼주어 평정을 이루게 된다고.

사뭇 기대가 된다.


힘주어 슬퍼하지 말고 힘을 빼고 즐기며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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