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이 저녁에 케이크를 사 왔다

by 시도

나흘을 앓고 나면 하루는 견딜 만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하루가 되었다. 지한은 미역국 끓여주겠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서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했다. 그래도 태어난 날은 죽고 싶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현이 저녁에 케이크를 사 왔다. “지한 생일 축하해.” 시현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지한을 끌어안았다. 상자를 열어 케이크를 꺼냈다. 하트 모양의 딸기 케이크였다. 시현이 초 세 개를 꽂아주었다. 불도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케이크를 먹으며 지한이 말했다. “나 어제 되게 힘들었다. 신발에 묻은 진흙을 보고도 죽고 싶다고 생각했어.” 지한의 죽음 고백에 시현은 웃어버렸다. 신발과 죽음이라니. 단어와 단어 사이의 무게 차이는 웃음을 동반하는 법이다. 지한에게 어제는 끔찍했지만, 시현의 웃음 한 번에 가벼운 것이 되었다. 시현의 존재는 지한이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해주는 어떤 폭신하고 가벼운 튜브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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