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내 등을 어루만져 주는 이들이 있다

by 시도

뭘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인다. 이대로 시간이 가게 둘 수는 없어 뭐라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내용을 읽을 여력이 없는 날이 있다. 그러면 나는 이미 읽은 책을 꺼내서 밑줄 쳐져있는 글을 골라가며 읽는다. 줄 쳐진 글들은 읽는 횟수가 더해질 때마다 점점 진해진다. 어떤 문장은 유난히 마음에 붙어서 나를 울리기도 한다.

- 그러므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다시 태어나려고, 더 잘 살아보려고, 너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도 몰라. 그러느라 이렇게 맘이 아픈 것일지도 몰라. 오늘의 슬픔을 잊지 않은 채로 내일 다시 태어나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어. 같이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자고. 빛이 되는 슬픔도 있는지 보자고. 어느 출구로 나가는 게 가장 좋은지 찾자고. 그런 소망을 담아서 네 등을 오래 어루만졌어. -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 이슬아 | 헤엄] 중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고, 다시 태어나지 못하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고, 더 못 살게 될 수도 있다. 마음만 아프고 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자꾸만 내 등을 어루만져주는 이들이 있다. 나에게 소망을 가지는 이들이다. 내가 나아져서 나아갈 거라고 믿는 이들. 그 소망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 줄 지는 모르지만 그 소망 덕에 오늘을 산다.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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