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니_02
머리 사이즈 적당. 몸통 사이즈 적당. 다리 길이 팔 길이 적당. 양수량 적당.
뱃속의 너를 들여다본 의사 선생님은 네가 잘 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간 너의 거센 팔딱임이 모두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요즘엔 네가 몸을 퉁퉁 튕길 때마다 배 위에 올려놓고 보던 책이 다 들썩인다.
안에서 뭐가 그리 바쁜지 너는 사부작사부작 열심히도 움직인다.
기지개를 켜는 네가 내 방광을 누르거나, 발장난으로 자궁경부를 쿡쿡 쑤실 때면 나는 움찔움찔 놀라곤 한다.
네가 자두 알만 한 머리로 내 배를 올록볼록 밀어 올릴 때면 나도 너의 머리를 지그시 눌러보곤 한다.
네가 꿈틀꿈틀 몸의 위치를 바꿀 때면 뱃속에 고래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 같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너를 느껴보려 남편이 손을 얹어본다.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 닿으면 네가 놀랄 수도 있다고 하여 먼저 귀띔을 준다.
“아가 아빠야. 이건 아빠 손이야.”
배에 손이 닿는 순간 너는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이건 누구 손이지?’
배에 대고 너의 이름을 불러 줄 때도 마찬가지다. ‘이건 무슨 소리지?’
이제 너의 귀도 거의 제 기능을 갖추었다고 하니 열심히 말을 걸어본다.
숨쉬기 연습이 한창인 너는 가끔 양수를 잘못 삼켜 딸꾹질을 한다.
뽈록뽈록. 딸꾹질하는 너의 규칙적인 들썩임을 이제는 밖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나와 남편은 너의 딸꾹질이 마냥 귀여운데 너는 불편한지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다.
아고. 너도 나름의 고단함이 있구나.
뱃속에서 구슬만 한 무언가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스윽 움직인다.
이번엔 젖을 빠는 연습을 하려고 작은 주먹을 입으로 옮겨간 거겠지.
너는 오물오물 엄지손가락을 빨며 젖을 빠는 연습을 한다.
네가 우리에게 찾아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실 나는 기쁨보다 근심이 앞섰다.
너를 건강하게 품는 것도, 세상에 내어놓는 것도, 온전한 사람으로 기르는 것도 너에 대해 무지한 나와 남편에겐 너무나 막막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너의 움직임은 커다란 힘이다.
너도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움직임으로 우리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의 움직임을 느낄 때마다 나와 남편의 마음은 점점 담대해진다.
나와 연결되어있는 너는 내 마음과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같이 행복하자. 너에게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