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친정에 온 듯한 느낌이 감도네요. 많은 작가님들의 글이 너무나도 그리웠거든요.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서 그동안 불가피하게 외면했던 글들을 찬찬히 들러보며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가슴에 글의 온기가 다시 채워져 따뜻함과 충만함으로 가득해졌습니다. 작년 12월 초에 글의 흔적을 남겼다가 언 4개월 만에 돌아왔네요. 겨울에서 봄으로의 큰 계절의 변화가 있었네요. 4개월 동안 조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제가 정말 감사하게도 책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독서로 자존감 스위치를 켜다]
이 저서는 저의 첫 종이책입니다. 종이책에 대한 갈급함과 목마름이 있어서 작년 초부터 준비했던 책입니다.
감사하게도 저의 부족한 원고를 받아주신 출판사가 있어 책까지 출판하게 되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책의 출간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퇴고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출간하신 많은 선배 작가님들이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다라는 표현이 전혀 피부로 와 닿지 않았더랬지요.
하지만 그 여정을 겪어보니...
그 말이 딱 맞아떨어짐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였습니다.
저는 두 아이를 낳은 엄마이기도 하지만 정말 셋째를 낳는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이것은 극히 저의 개인적 감정이라는 것이요. 그렇게 느끼지 않으실 분도 분명 계실 거예요.)
워킹맘인 제가 책을 한번 내겠다는 일념으로 언 1년을 그렇게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시간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했던 저는 새벽 기상을 하며 책을 쓰겠다는 목표 하나로 5장으로 구성된 각장의 40 꼭지 중 1 꼭지씩 조금씩 조금씩 써 내려갔습니다.
처음에는 5시 기상을 목표로 해서 독서를 하며 글을 조금씩 조금씩 초안의 원고를 써 내려갔더랬지요.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제 삶에 있어 늘 과정만 있었지, 이렇다 할 결과물의 실체가 없었거든요. 정말 부족하고 문장의 어휘력이나 구사력이 한없이 미흡한 글인 걸 알지만. 내 이름 세 글자 홍선아가 박힌 실물을 영접하니 그동안의 고된 여정이 눈 녹듯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나만의 책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왜 그렇게 글이 쓰고 싶었을까요?
어려서부터 불우했던 환경과 상황 탓에 비교의식과 열등감의 짙은 그림자에 드리워진 삶을 살았어요.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쳤습니다. 하지만 그 우울의 늪에서 벗어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좌절했습니다. 외로웠습니다. 갈팡질팡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순간순간 잘못된 생각이 엄습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그 공허함과 결핍감을 채우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 충족감은 찰나의 충족감뿐이었습니다.
우연히 새벽에 만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온전한 저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설렘과 벅차오름이 내면에 채워지는 걸 느꼈답니다.
그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카타르시스... 였을까요?
삶에 있어 희망이 보이지 않던 내면의 부정적 기운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진하게 고농축 되어버린 부정적 에너지가 긍정적 에너지로 서서히 변화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시 찾은 삶의 생기와 기쁨의 기운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신기하리 만큼 거침없이 글이 써졌습니다. 격하게 모든 걸 쏟아내듯이, 토해내듯이 적어 내려갔습니다.
복잡하게 엉켜버린 삶의 실타래가 술술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글 쓰는 시간만큼은 아픔과 결핍으로 점철된 삶의 찰나들이 숙성되고 발효되어 빛을 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의 긴 우울과 방황의 터널 같은 삶을 조금은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정 내면의 나와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와 진솔하게 대화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안아주고 토닥여 주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무던히도 외면하고 미워했던 저를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순간순간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혹독하게 치른 성장통이 다 낫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던히도 소란했던 마음의 소음들이 잠잠해졌습니다.
글 쓰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미끄럼도 타고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탔습니다. 제 안에 갇혀있던 에너지가
맘껏 발산되었습니다. 땀을 흘리고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듯 홀가분했습니다. 높은 산 정상에 올라
"야호"하며 외치는 기분이었습니다.
내 아픔을 여과지에 걸러내듯 진정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글쓰기,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 삶의 활력이 되고 동력이 되는 글쓰기, 글쓰기의 여정은 비록 순탄치 않을지라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늘 겨울이었던 황량하고 삭막했던 제 삶도 글쓰기라는 봄햇살의 기운을 받아 여린 초록 싹이 얼굴을 내밀고 꽃망울이 움트고 있는 듯합니다. 꽃들이 경쟁하듯 뽐내는 이 아름다운 완연한 4월의 봄기운, 글쓰기에 흠뻑 취해보는 하루하루 되길 소망합니다. 글 벗님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