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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Mar 20. 2022

내 삶의  위시리스트, 운전하기

10년 장롱면허 탈출여정기


내 삶의 큰영역을 차지하는  wishlist 목록중 하나인 운전하기!


운전면허를 딴지 딱 10년째 되는 해이다. 올해 5월이면 갱신을 해야 할 시점이다.

어렵게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운전에 돌입하지 못했다. 그후 2년,더 늦어지면 안될것 같아

남편한테  운전연수를 받고 일주일정도 혼자서 운전하며  출근도 해내었다. 이에 더 용기를 얻어 딸아이 5살때 동승하여  병설유치원을 바래다 주는 길이었다.


집에서 한참 달려 p턴을 한후 처음 접해본 내리막길에서 그만 속도조절을 하지 못해 길가턱을 그대로 박아버렸다.  그 사고 충격으로  오른쪽 바퀴가 찢어지고 운전대가 45도로 틀어져버렸다. 뒷자석에 앉은 어린 딸이도 겁에 질려 울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이 놀란 표정으로 괜찮냐며 물어 보았다.


순간 너무 당황하고 무서워서 울먹이며 남편한테 sos를 쳤다. 남편은 차를 보자마자 괜찮냐며 걱정어린 눈빛과 함께 깊은 한숨을 쉬었고, 수리비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운전미숙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 남편에 대한 미안함, 저에 대한 답답함이 한데 엉켜 그 이후로 운전대를 다시 잡지 못했다. 그야말로 트라우마가 되어 버렸다.


그 이후로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 내 상황은 제주도로 이주한 상황이다. 아이들 학교가 집에서 차로는 5분거리이지만 아이들 걸음으로는 20~25분정도가 소요된다. 차로 바래다 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리고 제주도는 차가 없으면  생활이 많이  불편하다. 지하철이 있는것도 버스 배차간격이 짧은 것도 아니었다.





내가 제주도에서 일상생활을 해내려면 운전대를 다시 잡아야 한다. 그야말로 절박하고 절실한 상황이다.

이삿짐을 정리하는 과정에  초보운전 딱지를 구입할 시간이 부족해  급한대로 왕초보 딱지 글씨를 썼다.   



내가 초보딱지 글씨 쓰는 모습을 지켜 보더니  옆에 있던 딸아이도  글씨를 쓰고 꾸며주었다.

붓펜으로 써준 딸아이~~^^

" 왕초보!  행님들~~ 배려 부탁드립네다!!" 라며 써주었다. 이것을 보고 우리가족은  빵 하고 웃음이 터졌다.  왕초보인 엄마의 운전실력을 알기에 내심 걱정이 되었나보다. 아직도 딸은 얘기한다. 5살때의 사고얘기를... 그 얘기를 접할때마다 미안한마음 너무 커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때가 많았다.





왕초보 딱지( 왕초보! 죄송합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를 붙이고  운전석에 착석했다. 8년만에 잡아보는 핸들! 온몸의 세포와 신경이 곤두 서는 느낌이었다.


운전석 뒤에는 두아이가 타고 있고, 옆에는 남편이 동승하였다. 남편의 '출발' 이란 말과 함께 운전을 시작했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호흡을 가다듬고 기본조작법을 익힌후, 엑셀을 밟아 집 주변을 천천히 달려보았다.


속도는 20키로밖에 나지 않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10분정도 운전했을까 온몸이 덜덜덜  떨리고 너무 긴장한 탓인지 온몸이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처음 운전하며 접해보는 제주도에서의 길은 험난했다. 우선 내리막길, 오르막길이 많았다.

 내리막길을 만날때마다 속도조절 실패로 인한 사고의 장면이 생생히 떠올랐다.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브레이크를 밟고 조심히 조심히 내려갔다.  내리막길이 끝나자  s자길이 나왔다. 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 옆에서 남편이 s자길은 크게 돌라며 주의사항을 알려주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엄마가 긴장을 하자 뒷자석에 앉은 아이들, 평소같으면 재잘재잘 웃고 떠들었을텐데  같이 긴장을 한탓인지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차안에 긴장과 무거운 공기만이 감돌았다.



우선 아이들 학교를 바래다주는 것이 목적이기에 학교가는 길을 익히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속도가 나지 않으면 비상등을 키고 옆길로 살짝 비켜주어 뒤에차 보내줘야해" 라는 남편말에  뒤에서 차가 달려 오면 비상등을 켜고 옆으로 살짝 비켜주기를 몇차례 이후, 생각지도 못한 3차로를 만났다.

우회전해서  신호등을 거쳐 3차로에서 1차로로 끼어들어야 하는 상황... 그야말로 초긴장이 되었다.

남편의 조언대로  우회전후 건널목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를 보내고 조심히 끼어들어보았다. 깜밖이를 켜고 3차로에서 2차로, 2차로에서 1차로로  겨우 진입했다.


1차로에서 좌회전을 한 후 학교근처에 다다랐다. 학교근처는 노란색의 스쿨존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만큼 주의사항을 요하는 공간이다. 제한 속도 30미만, 수많은 방지턱과 신호등, 오고가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보였다. 속도를 신경쓰니, 신호등을 놓치고, 신호등을 신경쓰니, 깜빡이 신호를 놓치고...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실수를 연발하니 남편의 목소리도 날카로워졌다. 그자리에서 울고 싶었다.



학교까지 겨우 길을 익히고 다시 집까지 15분정도 소요해서 거의 30분 가량을 운전했다.

집앞에 겨우 주차하고 나서야 시동을 껐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내 옷은 그야말로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루,이틀, 사흘... 운전한지 일주일정도 되었다. 일주일째 되는날, 용기내어 큰도로에 진입해 세화바닷가를 목표로 달려보았다. 30~40으로 달리다가 큰도로에서는 70이상 속도를 내야했다.

속도내기가 쉽지 않았다. 적정속도가 나지 않으니  옆에서 남편은 " 밟아!!! 속도내라고!!!" 큰 소리를 냈다.

 발에 힘을 주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레이 차가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니 운전대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차선이 자꾸 올바르게 가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쳐졌다. "핸들에서 힘빼!"  힘을빼고 싶은데  힘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겨우 울며 겨자먹기로 운전을 해내 세화 해변가에 도착했다.

세화바다를 마주하니 그동안  운전으로 인한 극도의 긴장감과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는듯 했다.






"제주도는 초보 천국이야. 차도 많지 않고 초보운전자들이 운전하기 얼마나 편한곳인데..."

라며 남편은 이야기한다.


글쎄, 나는 아직 와닿지 않는다. 며칠동안의  운전길이 지옥길처럼 느껴졌다.  30~40 키로 속도도 겨우 하는데 갑자기 70이상 속도를 내야하고, 직진코스도 힘든데 수많은 돌담길 사이로 s자가 나타나고, 골목길에서 차들을 만나 진땀을 빼야 했다. 아직은 험난하기만 하다.


우주 최강 겁쟁이인 나, 운전을 하려면 겁부터  없어야 한다는데  큰숙제이다. 10년동안 묵힌  장롱면허 탈출하기 여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인지한다. 동네길도 아직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의 초보운전탈출! 막막하기까지 하다.


감히 꿈꿔본다. 아직 가보지 못한 제주의 낯선 동네도 다녀보고, 푸른 바다와 꽃들도 구경하고, 멋진 까페도 다녀볼 풍경을 상상해본다. 이 계획들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운전지식을 익히고 꾸준히 연습해야 함을 안다.

40평생 뚜벅이로 살아온 삶, 벗어던지고픈 소망에  오늘도, 내일도  용기를 내서 핸들을 잡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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