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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Apr 09. 2022

마음 충전(흔들리지않고피는꽃이어디있으랴)

함덕 서우봉 둘레길

제주도는 지금, 그야말로 봄꽃들의 천국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손길 닿는 곳마다 아름답게 피어난 봄꽃들로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넘실대는 노란 물결 유채꽃들과 흐드러지게 핀 벚꽃, 처음 마주하는 야생화들로 눈과 마음이 마냥 즐거움으로 가득해진다.



나의 최애 산책로가 생겼다. 절로 감성이 차오르고 마음 충전이 되는 곳이다.

잔잔한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와 올레길이 어우러진 곳, 유채꽃들이 바닷가 울타리를 따라 기다랗게  띠벽지를 이루는 곳, 서우봉 둘레길이다.

두 아이 들을 학교에 바래다고 주고 운전 연습길에 우연히 알게 되어 더욱  설레는 곳. 함덕 바다 우측에 자리 잡은 곳이다. 이곳은 푸른 에메랄드빛 바다와 유채꽃들이 한데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이기도 하다.


아침 산책길,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키가 큰 야자수 사이로 눈이 시리도록 부서졌다. 햇살을 등에 지고  기다란 돌담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르다 보니 제주 바다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제주의 바다는 늘 옳았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내 마음을 울렸다.

맑은 햇살과 노란 유채꽃과 초록초록의 풀들이 그간  온 가족 코로나로 답답했던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주었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어름다운 풍경 프레임이 되어주었다.


평일  아침, 힘든 몸을 이끌고 아침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챙긴 후 학교에 정신없이 도착해 아이들과 혼미한 하루를 여는 유치원 선생님 아닌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이 조화를 이룬 너른 자연에 서있다.

자연이 선사하는 여유와 쉼이 한없이 어색하기만 하다. 수십 년간 지배해온 나의 생체리듬과는 맞지 않은 이 패턴이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주의 자연은 삶의 다독임, 위로를 선물해 주었다.


노란 물감을 톡! 톡! 톡 흩뿌려놓은 듯 눈이 부신 유채꽃,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우연히 만나 사진 속 모델이 되어준 염소, 나무 울타 리따라 예쁘게 수놓아진 작은 꽃망울들 모두 내 품으로 들어와 보물이 되어 주었다.

망망대해 유유히 떠가는 배, 바다를 등에 업은 봄바람에 살랑이는 꽃들, 싱그러움을 전해주는 초록 초록한 풀내음은 봄이 나에게 전해주는 종합 선물세트다.


제주의 봄 풍경은 작곡가가 되어 자연의 악보를 생성해 주었다. 그 악보에 맞춘 바람은 교향곡 연주가 되어 주었다. 제주의 자연 음악제에  청중으로 서서 감상을 하고 있다.  소생을 즐기는 음악제 안에서  삶의 기적을 찬양하는 찬송가를 듣고 있다. 이 찰나의 희열을  마음속에 고이 저장하고파 열심히 셔터를 누르게 된다.


매일 아침, 이곳을 거닐며 마음의 묵은 감정들을 던지며 정화할 생각에 벅차오르기도 하다.

먼길을 돌아 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자연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나, 자연의 품을 벗어나 편리함을 추구하며 살아오기를 30년, 그 길에 무색하게 다시 자연의 품에 안착했다.


꼬꼬마 시절, 자연이 주는 찬란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불평으로 가득했다. 이런 자연의 경이로움과 섭리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매일 마주하는 들과 논의 풀, 야생화들, 아름드리나무들은 그저 지겹고 따분한 존재들이었다.

봄의 꽃들이 들려주는 소리에 따라 산책길 발걸음에 추억 소환이 되었다. 시골 동네 친구도 조우하고,

젊고 예쁘셨던 친정엄마, 하늘나라로 황망히 떠난 친정아버지도 뵈었다. 기쁨, 아쉬움, 슬픔이 순간 교차했다.


바다와 길에 부서지는 봄햇살은 엄마품처럼 고요하고 따스했다. 선물처럼 다가온 제주의 봄... 이 찬란함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미래에 대한 훅 엄습해오는 두려움 모두 떨쳐 내보내게 되는듯하다.  두려움이 떠나간 자리에는 따뜻한 온기로 데워졌다.

내 삶의 쉼표가 되어주고, 감성충전이 절로 이루어지는 이곳으로 매일 발걸음이 옮겨질 생각 해 감사가 스민다.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하나씩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빨간 머리 앤]



또한 바람에 흔들리는 찬란한 꽃들을 바라보며

내모습이 반추되었다. 눈에 담겨진 풍경은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이꽃을  피우기위해

겨울내 차디찬 바람과 추위를 이겨냈으리란 생각에

내모습이 그대로 이입되며 그려졌다.


지금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평온하지만  속마음은

바람에 나부끼듯 요동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과 미래앞에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며

갈피를 못잡고 수시로 흔들리고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속에 피어난 꽃들처럼  나자신또한 많은 장애요소의 흔들림과 맞서며 천천히  내딛어 보려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서나샘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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