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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호 Dec 23. 2019

서른다섯, 갑작스레 피아노

소나티네.

작은 소나타라는 뜻으로, 보통 고전시대 작곡가들의 소나타 작품들 중에서 규모가 작고 비교적 간소한 악곡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소나티네라고 하면 쾰러(Louis Köhler 1820-1886)와 루트하르트(Adolf Ruthardt 1849–1934)가 독일에서 편집하고 출판한 소나티네 앨범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으며, 일본은 이 곡집에서 바흐의 평균율 1번 등 몇몇 곡을 빼고 거의 그대로의 구성으로 출판하여 꽤 오래전부터 피아노 교재로 사용해 오고 있다. 그리고(구시대의 대부분의 시스템이 그렇듯이,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이 판본을 완전히 그대로 가져와 세광출판사 등을 거쳐 출판되었으며, 마찬가지로 초보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교재로 학원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처음 시도하려고 마음먹은 곡은 쿨라우 3곡의 소나티네 작품번호 20번 중 1번째 곡이다.

흔히들 '소나티네 1번'이라고 부르는, 앞서 말한 소나티네 앨범의 제일 첫 번째 곡.

피아노 생 초보가 치기에는 꽤 난이도가 있는 곡으로, 보통 소나티네를 시작한다고 하면 7번 혹은 4번을 처음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러나 나는 제일 첫 곡, 1번 곡이라는 뉘앙스 때문인지 이 곡을 제일 먼저 쳐 보고 싶었다.


그리고, 당연히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다장조의 도솔미솔 도솔미솔. 알베르티 베이스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토대로 잡고 그 위에 오른손으로 장3화음을 아르페지오로 펼치는 구성으로 시작되는 곡. 왜 이 곡집을 구성한 사람들이 이 곡을 맨 처음에 놓았는지 단박에 이해가 된다. 그야말로 맨 첫 장에 어울리는 시작. 이를테면 'A-가-1'과 같은 구성이라고 할까. 모든 색인에서 제일 처음으로 목록에 뜰법한 도입부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 곡은 초보자에게는 결코 쉬운 곡이 아니었다. 오른손과 왼손의 상호 교대되는 강약 조절과 수시로 바뀌는 조성... 왼손의 옥타브...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대단히 빠른(초보자에겐) 스케일 진행.


페달 사인은 아예 신경 쓸 여력조차 없다.



며칠을 연습해도 언제나 오른손의 빠른 스케일 진행에서 좌절. 바이엘 연습 중인 독학생에게는 아직 넘보아서는 안 되는 곡이라는 뜻일까.


괜한 호기를 부리지 말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는 것밖에는 답이 없으리라. 어떤 분야든 그렇지만 배움에 왕도란 없는 듯. 꾸준하고 정직한 연습만이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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