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의 여왕
아침,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인스타그램 알람이 또 울린다.
둘째가 또 어떤 이벤트에 신청한 모양이다.
다른 아이디를 넣으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니, 나의 아이디를 넣었나 보다.
아침 이 시간에는 끊임없이 알람이 울린다.
이벤트에 계속 도전하나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무언가가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딸이 만들어낸 작은 이벤트이다.
사람들은 이벤트라 하면 특별한 날이나 성대한 행사를 떠올린다.
그러나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작은 축제다.
아침마다 피곤에 젖어도,
6시 반 알람보다 먼저 눈을 뜨는 순간은 내게 새로운 선물이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빛은 오늘을 열어주는 초대장 같고,
부엌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소리는 고요하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로 내 마음을 감싼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아이들의 기척은 작은 종소리처럼 하루를 깨운다.
아침 시간은 언제나 피곤하다.
아주 많이 피곤하다.
그러나 피곤 속에서도
나는 오늘 입을 옷을 고민하고, 부모님의 눈길과 잔소리를 견디며 하루를 시작한다.
결국 살색이 전혀 보이지 않게 온몸을 두툼하게 감싸야 부모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인다.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차에 올라 라디오를 켜며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한다.
그 모든 과정은 반복되지만, 매번 조금씩 다른 빛깔을 띠며 나를 채운다.
아침 운전 길,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은
겨울 공기를 반짝이게 한다.
딸이 이벤트에 열심히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내 딸이구나 싶다.
나도 한때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며 선물을 받곤 했지만 요즘은 발표가 잘 되지 않는다.
발표되지 않는 사연은 잊힌 편지 같지만,
혹시라도 사연이 나올까 귀를 기울이는 그 기다림조차 내 하루의 일부다.
오늘도 결과는 ‘꽝’이지만,
캐럴의 익숙한 부분을 따라 부르며 웃음을 짓는 순간, 나는 이미 주인공이다.
수영장에 도착하면 언니들이
“이쁜이, 왜 안 들어와?”라며 나를 부른다.
요즘 몸이 좋지 않아 수영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의 말속에는 관심과 애정이 묻어난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수영장에 안 들어오는 이유를 묻는다.
때로는 푯말을 써서 붙이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너무 기분 좋은 관심과 애정이다.
그곳에서 나는 ‘이쁜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연수반의 텃세는 한때 날카로웠고, 나의 작은 실수에도 모든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나는 매일 웃고 인사하며 시간을 견뎠다.
결국 그 웃음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고,
나는 연수반의 ‘이쁜이’라는 자리를 얻었다.
여기저기 다니며 까불다 보니
점심 약속이 하나 생겼다.
아마
다음 주에는
언니들이 점심을 사주실 것 같다.
맛있는 걸로 먹어야지!
집에 돌아오니 큰 딸이 네일을 해주겠다며 손을 잡는다.
영화 ‘덕구’를 틀어놓고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비행기 표를 덥석 예약한다.
서툰 손길로 칠해진 네일은 미완의 그림 같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은 완벽한 시 한 편이다.
네일을 말리는 동안 딸은 요거트에 견과를 한 움큼 넣어 내 입에 넣어준다. 그
작은 정성은 꽃다발처럼 내 하루를 빛낸다.
물론 나는 지금 피곤하다.
아주 많이 피곤하다.
그러나 그 피곤 속에서도 나는 웃고, 인사하고, 사랑을 나누며 하루를 살아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나는 이벤트의 여왕이다.
특별한 날을 기다리지 않고, 매일을 특별하게 만든다.
나의 이벤트에 초대된 사람들은 웃고 울며 행복을 나눌 것이다.
내 삶은 거대한 축제가 아니라,
작은 이벤트들이 이어진 기록이다.
오늘도 나는 이벤트의 여왕으로서 하루를 반짝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