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가는 마음

다시 배우는 길

by 에메

회사는 언제든지 사람을 내칠 수 있는 곳이다.

그 냉정한 사실을 알면서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생님의 눈빛 앞에서는 마음이 흔들린다.


12월, 새롭게 수업을 맡으신 선생님은 눈물이 맺힌 채 말했다.

“제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봐요.”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부족한 사람인데,

무슨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나에게는 화려한 경력을 이야기 하셨지만,

그 마저도

적응하지 못하고

일을 완수하기엔 경력이 부족한 자신을 마지막까지 나에게 어필하려는 모습인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례적으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선생님은 일주일 근무를 하고 학원에서 나가게 되셨다.


입시철의 분주함 속에서 챙겨드리지 못한 마음은 짠했고,

동시에 떠나는 사람에게 편을 들어 드린다는 명목으로 너무 곁을 내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붙잡았다.

닳고 닳은 세월 속에서,

이어지지 않을 인연에는 스스로 단단히 닫아두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나는 그 선생님의 눈물 속에서 나의 지난 시간을 보았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두려움,

인정받고 싶어 안간힘을 쓰던 날들,

그리고 실수와 좌절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져 온 과정.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닳게도 했다.


경험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었지만, 때로는 벽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인연 앞에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의 상처와 피로가 쌓여 만들어낸 습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만드는 인연은 벽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일이다.




우리 학원에서 입시를 담당하는 선생님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다.

지난여름, 자소서를 맡으시던 팀장님이 그만두셨고, 이번 입시부터 면접만 봐주시는 선생님 한 분이 합류했다.

회의 자리에서 그분은 놀라울 만큼 열정적이었다.

질문을 쏟아내고,

아이디어를 내고,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은 빛났다.

그 열정은 분명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나 역시 자극을 받았다.

그러나 오래 입시를 담당해 온

나와 다른 선생님들의 눈에는,

그녀의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도 역시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말들을 내 입으로 해냈을까.

진정한 인정은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눈과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인데.


『워킹 우먼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진짜 전문성은 말이 아니라 태도에서 드러난다. 태도는 시간이 쌓여야 빛난다.

그 문장은 내 마음을 찔렀다.

경험이 쌓일수록 확신도 커졌지만, 그 확신은 때로는 거만함으로 비쳤을 것이다.


내가 다 안다고 내뱉은 말들,

내가 자신 있게 내린 판단들 속에는

분명 실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진짜 멀리,

그리고 깊이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교육은 서로에게서 배우는 일이다.

신입은 경력자에게서 길을 배우고,

경력자는 신입에게서 잊고 있던 열정을 다시 배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짜 교육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경험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더 큰 배움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진짜 멀리, 그리고 깊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사소한 순간이 빛나는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