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도
나는 평소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은 사람이다.
아니,
사실은 감정의 기복이 아주 심하지만 크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예쁜 말 한마디면 금세 사라지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티는 난다.
아니 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화를 낸다 한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상황도 결국 즐겁고 행복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믿는다.
그래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웬만한 일에는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두 딸과 함께한 하루가 내 마음을 오락가락 흔들었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돌멩이가 던져져 물결이 끝없이 번져나가듯,
내 마음도 파문을 그렸다.
작은 딸, 서운함의 그림자
작은 딸은 늘 고단하다.
운동선수인 그녀는
연중무휴로 운동을 이어가고 체중 관리라는 굴레 속에서 하루도 쉬지 못한다.
가족끼리 식사를 해도 그녀는 항시 식단을 생각해야 하고,
여행도 언니와 엄마만 가는 경우가 많다.
그 아쉬움과 서운함이 그녀의 마음에 작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며칠 전 언니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데,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 그녀의 마음을 건드렸다.
별것 아닌 일로,
일하는 엄마에게 서운하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나는 결국 날카롭게 말했다.
“씨엘! 그렇게 중요한 거 아니야. 선 넘지 마!”
그 순간, 내 말은 칼날처럼 그녀의 마음을 베었을 것이다.
그 뒤로 그녀는 카톡 확인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심했나.
그냥 흘려보냈어야 했나.
후회와 자책이 마음을 맴돌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가족이 다 그렇듯
또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작은 균열이 남아 있었다.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딸에게 무심코 말을 건넸다.
“우리 집 엘베 요즘 이상해. 바로 인식이 안돼.”
“누가 잡고 있는 거 같아, 엄마.”
“잡고 있지 않아도 바로 안 내려와. 이상해.”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해?”
그렇게 말하는 딸이 아니었는데.
순간 내 표정이 굳었고, 등굣길 내내 냉랭한 기운이 흘렀다.
그녀는 말없이 내렸고, 평소 같으면 그 분위기에 대하여 장문의 카톡을 보냈을 텐데 오늘은 아무 말도 없었다.
큰 딸, 따뜻한 위로
큰 딸이 말했다.
엄마가 수험생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했다고. (사실 내가 한 것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서 오늘은 그녀가 나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마사지 예약, 그리고 오마카세 식사.
너무도 좋았다.
수영장에서 간단히 씻고 그녀를 픽업해 마사지 샵으로 향했다.
만족스러운 마사지 후,
마사지 샾에서의 약간의 호객 행위도 어떻게 잘 웃으며 넘기고 식사 자리로 갔다.
갑자기 쏟아진 우박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것마저 추억이라며 웃었다.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우리에게는 작은 축제의 음악 같았다.
우리는 즐겁게 밥을 먹고
사진도 많이 찍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는 내내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 행복해! 행복해!”
오늘 하루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담요 같았다.
그 순간, 큰 딸의 인스타그램에 DM이 도착했다.
작은 딸이었다.
“언니! 요즘 엄마 왜 그러지? 내가 만만한가? 요즘 짜증이 너무 잦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큰 딸은 특유의 위트로 답했다.
“엄마가 잘못했네. 좀 잘해줘. 씨엘 힘들잖아.
그리고 씨엘이 엄마한테만 그러는 거 아니야. 금세 지나가니 우리 씨엘에게 잘해주자!”
엄마라는 이름의 줄타기
오늘은 작은 딸의 서운함과 큰 딸의 위로가 교차하는 하루였다.
하긴
예전에는 큰 딸의 무거운 짐과 작은 딸의 기쁨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두 딸 사이에서 때로는 미안하고, 때로는 행복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은 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줄타기 같다.
한쪽으로 기울면 다른 쪽이 아프고,
다른 쪽을 붙들면 또 한쪽이 서운하다.
중 3인데
멀 그렇게 시시비비를 가렸어야 했나.
그녀의 사생활에
내가 보는 모습은 아주 조금일 텐데
그 깊은 하루하루 이야기를 내가 어찌 알겠나.
그냥 엄마라고 하면 편하게 쉬어 줄 수 있는 그늘이 되어 주었어야 했는데.
작은 딸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려야겠다는 다짐과,
큰 딸의 유머와 사랑에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오늘 하루는 감정이 오락가락했지만,
결국 두 딸이 내 삶을 빛나게 한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다.
파도의 노래
엄마의 하루는 늘 파도 같다.
작은 파도는 서운함을 몰고 오고, 큰 파도는 웃음과 행복을 안겨준다.
또 어떤 날은 큰 파도가 나에게 큰 숙제를 주고, 작은 파도가 기쁨을 준다.
그 파도에 흔들리며 나는 살아간다.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깨닫는다.
그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웃음 속에,
작은 손길 속에,
서운함과 위로가 교차하는 그 순간 속에 이미 깃들어 있었다.
작은 딸의 서운함은 나를 더 깊이 성찰하게 만들고,
큰 딸의 따뜻한 위로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렇게 두 아이는 나의 거울이자 나의 길이 된다.
엄마라는 이름은 늘 무겁지만,
그 무게 속에서 나는 사랑을 배운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미안하고,
때로는 웃으며,
결국은 그 모든 감정이 모여 나를 완성한다.
오늘 하루도 파도처럼 출렁였지만,
나는 더 단단해지고
더 따뜻해졌다.
삶은 늘 파도처럼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결국은 그 사랑이 우리를 지탱한다는 것을.
작은 서운함도,
큰 행복도,
모두가 삶의 일부이고,
그 모든 것이 모여 우리를 빛나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 곁에 두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