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품격을 선택한다

보고 싶은 어머님

by 에메

작년 여름,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던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결혼을 하면서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나와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전남편은 타고난 분위기가 富티는 났지만,

그 나이 대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몬가 반항적인, 그리고 어딘가 날것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었고,

처음 뵌 시어머님과 아버님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양 그 자체였다.


그분들과 가족이 되면서,
나는 너무 좋았다.

조금은 철없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던 내가 (그도 그럴 것이 20대 중반. 얼마나 어린 나이인지.)
그분들에게는 귀여운 며느리로 비쳤고,
많이 이뻐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시어머님과 딸처럼 지내면서

어머님의 말투 태도 그리고 품위를 닮고 싶었다.


하지만 이혼 후,
시어머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는 일은 너무도 어려웠다.
어머님의 잘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나를 너무 이뻐해 주시고

한없이 잘해주신 어머님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실망을 시켜드린 점은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치유가 될 수 없었다.

아니 그것은 불가능했다.


몇 번의 보내지 못한 손 편지

다이얼을 눌렀다 말았다 그렇게 몇 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그렇게 몇 년을 고민하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어머님은 돌아가셨다.


아이들을 데려다 줄 겸 빈소에 갔지만,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 앞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고

오히려 집에 돌아와

며칠, 몇 달을

문득문득

힘겹게 보내고
어머님이 내 기억 속에서 조금씩 사라질 즈음,

오늘,

시아버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그곳에는 어머님의 사진이 있었다.


아마도 돌아가시기 전의 사진 같았다.


살은 조금 빠지셨지만,
여전히 우아하게 나를 대하시던 그 모습과 미소가
그곳에 남아 있었다.


내가 처음 어머님을 뵈었을 때가

지금의 나의 나이와 크게 차이가 안 나는데,

과연

나는 그때의 어머님만큼 성숙할까?


결혼 초, 나는 아직 20대 초반이었는데
전남편은 늘 나에게
우아하고 품위 있게 말하고 행동하라고 했다.
그때의 나는

“내 환경과 성격이 이런데 왜 자꾸 나를 바꾸려 할까”
하며 반발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지금 나 자신이 품격 있기를 바라는 걸 보면

그렇게도 싫었던 전남편의 이야기는

어느 사인가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아 있었나 보다.


20년이 지난 지금,

물론 나의 외모는 늙고 변했겠지만,

지금 나름 대로의 품격은 쌓였을 것이다.


물론 아직 멀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품격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순간마다 내가 어떤 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쌓여가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은 어느 순간
천박함으로도,

우아함으로도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어렴풋이 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그리고 내일 하루도

나의 품격을 쌓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품격 있는 태도는 특별한 순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의 작은 선택 속에서 자라난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나의 얼굴에도
시어머님의 그 우아한 미소가 번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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