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겠다.

너의 열정

by 에메

아침 공기는 분주했다.


오래간만에 여행 가시는 부모님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아직도 여행 가방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좀 눈을 붙일까 하다가

쭈욱 자 버릴까 봐.

TV를 켰다.

커피 한잔과 함께 잠시 숨을 고른 뒤, 둘째를 깨워 학교로 향했다.


차 안은 낯설게 고요했다.
늘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던 아이가

오늘은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조심스레 물었다.


“어제는 어땠어?”


아직 고등학교 입학은 아니지만

고등학교에 가서 훈련을 한 지 일주일


월요일에는 10번을 울었다고

화요일은 9번을 울었다고

하지만 급식은 맛있다고 사진을 꼬박꼬박 보내주던 아이가

수요일에는 아무런 소식도 사진도 없어서

궁금하던 차였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왜 힘들어?”
“체중도 하루에 다섯 번씩 재고, 선생님은 너무 무섭고… 언제 쉬어야 할지,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무섭고 힘들어.”


그 목소리는 떨렸고, 차 안은 더 깊은 침묵에 잠겼다.
나의 마음은 흔들렸다.

사실 여전히 나에게는 위로라는 게 힘들다.


위로라는 게 그렇다.

섣불리 건네면 상처가 되고,

모른 척하면 더 외로워진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다음 주까지만 해보고, 정말 힘들면 그만 두자.”


물론 아이가 쉽게 그만 두지 못할 거라는 영악한 나의 계산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였다.


아이는 고개를 떨군 채 더 크게 울었다.

“일반고로 전학 가도 돼. 엄마 젊고, 아빠 잘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건강하게 잘 계시는데 뭐가 걱정이야.”

하지만 아이는 그저 서럽게 울 뿐이었다.

그냥 나는

학교 앞에 도착할 때까지 손을 꼭 잡아주었다.
평소엔 교문 앞에서 내려달라던 아이가 오늘은 체육관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힘내.”
“고마워…”


아이를 내려주고 차를 돌리며, 처음 체조를 시작했던 날이 떠올랐다.

시에서 열었던 아마추어 체조대회.
그때는 넓은 체육관이 신기해서, 너무 즐겁게 재밌게 이야기하며 즐겼던 장소였는데.

그리고

이따금 훈련에 일찍 데려다 줄 때면 엄마 보라며 배운 기술을 자랑하며 웃던 아이였다.

“엄마, 이것 봐봐!”
하며 기술을 보여주던 그 환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는데,

이제는 눈물로 들어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차창 너머로 체육관이 멀어지자, 마음속에 작은 깨달음이 스며들었다.


눈물이 난다는 건 잘하고 싶다는 반증 아닐까.

눈물이라는 것은 단순한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열망의 증거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끝까지 해내고 싶은 마음이
서로 부딪히며 흘러나오는 가장 진실한 언어다.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넘기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힘.
그 힘이 결국 너를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도 너는 좋겠다.
힘들다고 울 수 있어서,
참아내지 않고 마음을 드러낼 수 있어서.
그 눈물이 결국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세상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울 수 있다는 건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꿈을 향한 욕심이 있다는 증거다.


오늘은 눈물로 들어간 체육관이지만,
언젠가는 네가 스스로 빛을 내며 걸어 들어갈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그날, 오늘의 눈물이 환한 웃음으로 바뀌어 있을 거라는 것을.


우리 딸,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남겨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