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6
분노는 한때 나를 움직이는 힘이었다.
젊은 날의 나는 작은 실패에도 쉽게 흔들렸고,
누군가의 시선은 나를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불안과 분노는 나를 몰아붙였고,
그 덕분에 나는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세월은 마음을 다듬는다.
나이가 들수록 화낼 일도 줄어들고,
속상할 일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불안은 여전히 가끔 찾아오지만
소소한 즐거움들이 그것을 덮어주며
조용히 사라지곤 한다.
아이의 진학으로 아침 일정이 바뀌었다.
이동 루틴이 흔들리면서
나의 운동 일정도 흔들렸고,
어떤 코스가 더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등록 기간을 놓쳐버린 나는
그저 새벽 자유수영으로 시간을 채웠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자유수영은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예전에 연수반 강습에 참여했을 때는 달랐다.
늦게 합류한 나를 누군가 평가할까 두려워서,
엄마 뻘 되는 언니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나는 더 열심히 했다.
그때는 불안과 분노가 나를 움직이는 힘이었다.
하지만
나의 자유수영은 나를 치열하게 하지 않는다.
어제, 첫째 딸이 전자 피아노를 샀다.
집에 돌아가니 이어폰을 꽂고
열심히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옆에 앉아 건반을 눌러보았지만,
예전엔 쉽게 치던 곡조가
이제는 손끝에서 어설프게 흘러나왔다.
몸으로 익힌 것도 결국 잊히는구나,
그 사실이 조금 서글펐다.
그러나 나는 다시 연습해 보리라 다짐했다.
그 다짐은 이번에는 불안이나 분노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건반을 다시 두드리고 싶다는 단순한 기쁨,
음악이 내 안을 채워주는 그 순간의 충만함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런데 순간 궁금했다.
나라는 사람이
과연 분노와 불안 없이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피아노를 다시 잘 치려면?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대신,
조금이라도 즐겁게 이어가는 습관을 만드는 것.
피아노는 매일 몇 분이라도 건반을 만지는 것으로,
운동은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작은 리듬을 만드는 것으로.
그렇게 삶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반복과 즐거움 속에서 채워질 것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아니
누군가에게 보여져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버리고 작은 반복에 기인해야 할 것이다.
40대 중반의 나에게
성장은 더 이상 두려움이나 분노에 기대지 않는다.
성장은 나를 채워주는 과정 속에서,
작은 기쁨과 새로운 배움 속에서 이루어진다.
삶은 거대한 힘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기쁨들이 모여
조용히 지탱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오늘의 나를 내일로 향하게 한다.
분노도, 불안도 아닌,
내 안을 채우는 기쁨과 희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