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 14
짧은 여행을 다녀오며 마음속에 오래 남을 풍경은 의외로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중국이라는 낯선 나라를 패키지로 선택한 이유는
친근하지 않은 공간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건
풍경이 아니라 동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이번 여행에서는
경기도 광주에서 오신 엄마뻘의 여덟 분과 함께 움직였는데,
그분들의 대화는 늘 크고 또렷했다.
개그를 담당하는 분
술을 좋아하는 분
과한 개그 욕심을 내다가 ( 내가 들을 때 ) 말실수를 하시는 분
우아한 분
우아한 척하는 분
듣고 싶지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는 귀에 들어왔고,
듣고 있으면 어느새 그들의 삶 한 조각을 함께 살아내는 듯했다.
나이가 들면 왜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까.
아마도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안에 담긴 기억과 감정이 많아지고,
그것을 꺼내놓음으로써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게 아닐까.
나는 요즘 오히려 내 이야기를 줄이고 싶다.
누군가 묻지 않을 때 꺼내는 말은
때로는 자기 과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사실 많은 사람이 내 삶의 세부를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어질 때가 있다.
결국 여행에서 깨달은 건,
말은 풍경처럼 흘러가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서 내 귀를 채우는 순간,
나는 그 사람의 삶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언젠가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흘려보내고 싶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여행은 장소를 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목소리와 풍경이 겹쳐지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확인 속에서, 나라는 사람도 조금 더 선명해진다.
여덟 분 덕분에 즐거웠던 중국 여행
그래서
또 여행을 위해 현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