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16
“엄마, 오늘은 도서관에 갈 거야. 책도 반납해야 하고, 조금 둘러보려고 해.”
어제 아침에 아이의 목소리는 한결 가벼웠다.
수능을 마치고 한동안 집에서 뜨개질에 몰두하던 아이가 오랜만에 도서관을 간다고 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설레었다.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책 빌려올게. 엄마가 좋아하는 힘이 나고, 꿈이 생기는 그런 책.”
그 말에 나는 순간 멈칫했다.
내가 정말 늘 그런 책만 읽어왔던가.
그리고 그걸 아이가 안다고?
돌아보니 그렇다.
나는 소설보다는 심리학 서적이나 자기 계발서를 가까이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잘하고 있다’
같은 문장들이 내 마음을 붙잡아 주었고,
그 문장들 덕분에 40이 넘은 지금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왔다.
책은 내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작은 기둥이었다.
그런데 그 습관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비쳤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은 결국 거울이었다.
내가 읽어온 책들이 내 성향을 드러내고, 그 순간의 나의 상태를 이야기해 준다.
그 모습이 아이의 눈에도 담겨 있었던 것이다.
책을 고르는 순간은 곧 마음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지쳐 있을 때는 위로의 책을,
불안할 때는 다짐의 책을,
길을 잃었을 때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을 찾는다.
나는 늘 위로와 다짐을 좇았고,
아이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했다.
“엄마는 늘 힘내는 책을 읽잖아.”
아이의 말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었다.
내 삶을 비추는 거울이었고,
책 속 문장들이 나를 세워주었듯,
아이의 말 한마디가 오늘의 나를 다시 세워주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엄마는 그런 책 좋아하지. 하지만 네가 골라온 책이라면 어떤 책이든 좋을 거야.”
그 순간 깨달았다.
책은 나를 위로했지만,
결국 나를 가장 깊이 위로하는 것은 곁에 있는 아이의 마음이었다.
나를 관찰했던 아이의 눈이었다.
책장이 아닌 아이의 말속에서,
나는 또 다른 힘과 꿈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