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 18
갑자기 아이의 체조 코치님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님, 죄송한 말씀을 드리려고 해요. 제가 2월까지만 고등학교에 있고, 3월부터는 중학교로 가요.”
여자 코치님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말은 내게 큰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쩌지.
우리 씨엘 어쩌지..
나도 아이도 마음으로 굉장히 의지를 하던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감독 선생님께 미리 들었던 소식이었지만, 직접 들으니 더욱 아쉬움이 깊게 스며들었다.
그분은 둘째가 체조를 시작하는 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람이었다.
코로나 이전, 재미 삼아 나간 아마추어 대회에서 아이가 1등을 했을 때
나는
‘혹시 이 아이에게 재능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선수등록을 할 수 있는 체조부는 대부분 먼 곳에 있었고,
일하는 내가 아이를 데려다주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가까운 데 있던 남자 체조부 옆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감을 익혔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선수 등록이 안 된 아이는 체육관조차 들어갈 수 없었다.
그 시절, 체조를 쉬며 고민이 많았다.
공부를 시켜야 할까, 아니면 체조를 계속해야 할까.
하지만 결국 나는 체조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처럼 등록한 ‘체조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에서 만난 선생님은 아이에게 선수로 가는 길을 알려주셨고, 나와도 자주 통화하며 길을 열어주셨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그렇게 체조 선수가 되었고, 선생님은 그 학교의 맏언니라는 이유와 아이가 중학교 여자 체조부를 만들고 들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키운 첫 중학교 여자 선수라는 이유로 더욱 애정을 쏟아주셨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선생님은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아이는 선생님을 찾았고, 나 역시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멘털을 잡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 선생님이 체고를 떠난다는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뜩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든 아이에게 이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나도 그만둘 거야.”
“선생님 안 그만두게 할 수 있는 방법 없어?”
며칠 동안 아이는 울며 나를 붙잡았다.
내 옷자락을 꼭 쥐고,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눈물로 가득했다.
이런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말을 꺼냈다.
“시엘, 엄마가 살아본 결과, 어떤 변화가 있을 때 처음에는 무섭고 두렵거든. 그런데 그런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어. 안정적이고 편안함은 행복을 주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순간에 가장 크게 성장하더라.”
아이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혼란과, 그래도 믿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있는 듯했다. 나는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이 떠나는 건 네게 큰 슬픔일 수 있어. 하지만 생각해 봐, 네가 체조를 시작할 때도 코로나 때문에 체육관에 들어가지 못했잖아. 그때도 우리는 길을 찾았고, 결국 네가 선수로 설 수 있었어.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변화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야.”
아이는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근데… 너무 힘들어. 선생님 없으면 나 혼자 같아.”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혼자가 아니야. 네 곁에는 엄마가 있고, 또 새로운 선생님도 있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너 자신이 있지. 네
지금까지 해온 노력과 땀은 어디 가지 않아. 그게 네 힘이야.”
아이의 눈에 맺힌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 눈빛은 조금씩 흔들림을 잃고 있었다.
“시엘,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길을 보여주는 것뿐이야. 그 길을 걸어가는 건 너 자신이야. 두렵다고 멈추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만, 두려움을 넘어서는 순간 네가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될 거야.”
" 엄마가 오늘은 마사지해줄게. "
그렇게 아이를 눕히고 오일로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오늘의 이 말이 씨앗처럼 남아, 아이의 마음속에서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씨앗은 커다란 나무가 되어 아이를 지켜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아이 등교를 시켜주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 시엘, 오늘 기분은 어때? "
" 그래도 그 선생님이 나를 가장 잘 애해 해주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과 생각을 다 알아주었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어제 마사지는 좋았어. 다만 엄마가 마사지를 더 오래 해주면 좋겠어. 내 결론은 그거야. "
마사지를 오래 하는 것은 장담 못하겠지만 (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다. )
지금의 경험들이 차곡히 쌓여서
더 큰 변화에도 단단한 아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도 역시 더 단단한 엄마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