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성은 유전일까

by 에메

아직 아이를 키우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참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란 것 같다.


작은 아이는 체육고등학교라는 특수한 환경에 들어가

적응에 힘들어하면서도 기숙사 자치위원 선발 면접에 도전해 합격했다.


며칠 전 밤, 아이는 떨리는 마음을 고백했다.

“엄마, 나 면접 봤는데 너무 떨었어. 중간에 10초 정도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공백이 있었는데 괜찮았을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했을 거야. 될 것 같은데?”
“아니야. 사격부 ○○이가 말 정말 잘하던데.”
“그 ○○이도 너 보고 말 참 잘한다고 지금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있을 것 같은데?”


그랬던 아이가 오늘 합격 소식을 카톡으로 전해왔다.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참 잘 자란 것 같았다.

다음 목표는 "반장선거" 라는데,

본인이 하는 종목이 선수가 많지 않아서 수(數)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 오는 기회이니 impact 있게 하라고 말해주었다.


대학생 큰 아이 역시 적극적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일본 만화에 푹 빠져 나를 혼란스럽게 하더니

결국 만화 동아리에 가입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을 때 대학에 가서 하라고 했더니,

진짜 대학교에 가서 덜컥 밴드부에 들어가 보컬 활동까지 시작했다.


보컬을 할 정도의 노래 실력은 아닌 거 같은데,

나름 준비를 했다보다.

아니면, 수시로 나와 함께 코인 노래방에 갔던 경험이 적은 씨앗이 되었을까?


작은 아이는 중학교 시절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운동선수로서 한정적인 학교생활에 불만이 있었는데,

체육 고등학교에서는 전체가 운동을 하는 아이들이다 보니 다양한 학교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는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특목고의 장점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듯했다.


돌아보면 아이들이 이렇게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데는 나의 영향도 컸던 것 같다.

나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해보자는 주의였다.

친구들은 그런 나의 용기를 부러워했고,

엄마는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글을 쓰는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반장 선거든,

동아리 활동이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이렇게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데는 외할머니의 영향도 컸다.

외할머니는 나이가 드셔서도


제빵,

요리,

최근에는 요양보호사까지 도전하며

여전히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계신다.


적극성이란 결국 유전처럼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아름다운 현재라는 시간을

이렇게 꽉꽉 채워서 사는 아이들을 보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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