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by 에메

엘리트 운동선수로서 운동을 하느라 힘들어하는 둘째는 수시로 나에게 영상통화를 한다.


그녀가 힘든 시간을 나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엄마인 나에게는 오히려 큰 위로가 된다.
물론 아이가 힘든 건 싫다.
하지만 그 고통조차 언젠가는 그녀에게 자양분이 되고,
근육이 되어줄 거라 믿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종종 내게 이렇게 말할 때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엄마,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어.”
“엄마, 눈 감고 뜨면 3년이 지나가면 좋겠어.”


젊음이라는 게, 시간이라는 게
어릴 때부터 그 소중함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흘러간 뒤에야
그 순간이 얼마나 귀했는지 깨닫게 된다.
나 역시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을 테지만,
그저 대충 살아내며 놓쳐버렸을 것이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아이는 전화를 했다.


“빨리 고등학교 3년이 지나갔으면 좋겠어.
운동이 너무 힘들어.”


그저 들어주자고 결심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왔다.


“씨엘, 그래도 행복한 구석이 하나는 있어야지.
시험 전, 대회 전 그런 짧은 시간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싶을 수 있지만,
3년은 너에게 너무 긴 시간이잖아. 행복한 구석이 하나는 있어야지. 행복한 순간을 찾도록 노력해야지.
....

많이 힘들어?”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말했다.


“엄마, 또 전화할게.”


운동이 원래 이렇게 힘든 건지,
공부를 시켜야 하나?

아니..

공부도 힘든데…
하아, 정말 답이 없다.


그리고 또 후회했다.

‘그냥 금세 지나갈 거야’

했으면 될 것을,
굳이 행복을 이야기했을까.

굳이 시간 이야기를 했을까..


“씨엘, 잘하고 있고 더 잘할 거야.
너무 운동 생각만 하지 말고...
한시도 빼놓고 행복해서 행복한 게 아니야.
그냥 한순간이 행복해서 행복한 거야.”


아이는 곧 답을 했다.

“고마워.”
“사랑해.”

그렇게 일단락이 됐구나 했는데 카톡이 왔다.


“엄만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엄마한테 말하면 조금 풀려 ㅎㅎ.”


시간의 소중함, 행복.
그런 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엄마에게 어떤 말을 해도 좋으니
마음 편하렴.
그저 네가 내게 기대어 숨을 고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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