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야기의 서론이 긴 사람이 좋다.
말을 꺼내기 전에 망설이고,
조심스럽게 배경을 설명하고,
그 안에 자신을 담아내는 사람.
그런 사람은 왠지
나를 너무 잘 이해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단순히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이야기를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야구 좋아하세요?”
그 짧은 물음 하나에
초등학교 때 야구부가 있었다는 이야기,
고등학교 때 야구부 이야기부터,
대학교 때 야구 보다가 다친 이야기까지
천천히, 길게, 조심스럽게 꺼내는 사람.
아, 이 사람은
자기에 대해 많이 알려주고 싶구나.
자신의 시간, 감정, 기억을
내게 조금씩 건네고 있구나.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말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말속에 진심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을 보여주는 데 서툴지 않고,
오히려 그걸 기꺼이 감당하려는 사람.
내가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먼 길을 돌아와서라도
자신의 마음을 설명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은
내가 그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조금 더 설명하고,
조금 더 풀어내고,
조금 더 다가온다.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그 사람의 말이 길어질수록
그 사람의 마음이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 긴 서론 끝에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면,
그건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나를 향한 깊은 신뢰라는 걸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