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나와 함께한 중학교 시간들
나의 첫 딸 씨에나가 고등학교에 졸업했다.
처음 맞이한 “딸”과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었고, 또 잘 키우고 싶어서 나는 중학교 내내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고등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해서
비교적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씨에나와의 중학교 시절을 글로 남겨 보고 싶다.
매주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씨에나와 나는 매주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독서로"라는 독서 인증 시스템 등록을 해야 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학생들의 독후활동을 관리해 주는 사이트로, 일종의 포트폴리오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의 활동은 영구적으로 저장되어 대학 입시에도 활용되며 성적표에도 기록되었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많은 책을 읽으면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책을 읽었다.
씨에나는 손글씨로 독후감을 써주었고,
나는 거기에 내 생각을 덧붙여 인터넷에 올렸다.
씨에나는 엄마의 의견을 덧붙이지 말라고 했지만,
중학교 1학년의 글은 너무 아름답기만 해서 조금은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 학기 동안 20권의 책을 읽었다.
학기 말,
씨에나는 교무실로 불려 갔다.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은 학생이 없어서 담당 선생님이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긴장하는 씨에나에게 나는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와”
라며 다독였다.
그러나 선생님은 책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고 했다.
준비 없는 질문은 중1에게 도전이었다.
결국 씨에나는 다섯 개 질문 중 두 개만 대답했다고 했다.
집에 와서 속상해하는 씨에나에게 나는 말했다.
"그럴 땐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조금 당황스러운데, 시간을 주시면 생각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해도 돼.”
그러나 중1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그때부터 씨에나는 나와 함께 책을 읽지 않겠다며 독서 모임을 깨뜨렸다.
대신 책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책 한 권을 몇 달씩 붙잡고 읽었다.
그래, 그게 너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자라나는 독서 꿈나무를 선생님이 꺾어버린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국제고 인문영재원에 갔다
씨에나는 국제고 인문영재원에 지원했다.
코로나 때문에 그전에 비하여 많은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의 권유와 본인의 노력으로 시험을 통과하고 2년간 영종도에 다녔다.
나는 매번 씨에나를 태워다 주고, 그 앞에서 혼자 놀거나 친구와 시간을 보냈다.
2년 내내.
그 과정에서 씨에나는 생각하는 것, 글 쓰는 것, 책 읽는 것, 도전을 통해 성과를 이루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특히
햄릿을 챕터로 나눠서
대본을 쓰는 활동은 나와 함께 했는데
너무도 재밌었다.
수도권매립지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씨에나는 청라 로봇랜드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매립지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며 드론을 날리고 화학실험을 했다.
거기서도 두각을 나타내 발표했다.
100여 명 앞에서 PPT를 띄우고 발표하는 경험을 했다.
예상 질문을 준비했는데,
그날 웬일인지 씨에나 아빠가 참여하겠다고 해서
나는 아이를 데려다만 주고 나왔다.
실제 발표 시간 그 질문이 나오도록 다른 학부모에게 부탁까지 했다고 했다. 정말 많이 성장했다.
인천 창의 융합영재에 합격했다
씨에나는 코로나 시기에도 줌으로 융합영재 수업을 들으며 과학과 AI를 배웠다.
시험 날 억수같이 비가 와서 도시락을 두고 오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결국 합격했다. AI 감정체크 프로그램을 만들며 발표도 훌륭히 해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천재를 낳았구나’ 싶었다.
아휴
우리 씨에나..
하지만 그 영재 교육에서는
러시아어, 일본사, 코딩까지 접하며 즐겁게 배웠다.
성취활동제를 했다
중학교 교육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출결
자기주도학습
인성
공부법 등인데
다행히도 시에나의 학교에는 "진로내비게이터"라는 진로 활동이 있었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해서 학교에서 인증을 받는 것인데
씨에나는 "진로내비게이터" 심리학, 유명한 심리학자, 영어 심리 문장 해석 등을 주제로 활동했다. INFJ인 씨에나는 묵묵히 자기 방식대로 해냈다.
처음에는
엄마와 함께 하던 활동들을 점점 자기 방식으로 하는 그녀를 보며
나의 자리도
나의 역할도 점점 줄어들었다.
씨에나의 중학교 생활은 반장 선거, 전교 회장 선거, 체육대회, 수학 창의력 대회까지 다채로웠다.
물론 나도 함께 열심히 했다.
우리 씨에나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갔고
조금은 아쉽지만
나쁘지 않은 대학에 간 것 같다.
나는 정말 열심히 했고, 잘 따라와 준 씨에나가 고마웠다.
그녀의 삶에서
나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겠지만,
너무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고마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