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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혜 Feb 06. 2018

프리랜서의 삶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 어느 주말

프리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만난 이야기

지난 주말, 프리랜서와 프리랜서이고 싶은 사람과 유일하게 기업인으로 대성공할 것 같은 사람 4명이 모여 외박을 했다. 


4명 중 2명은 각각 7번, 12번의 이직을 했다. 7번 이직을 한 친구는 또다시 이직을 준비 중이다. 12번의 이직을 한 친구는 끝내 직장에서 일하기를 포기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작은 사업도 준비 중이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우리의 삶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업인으로 대성공할 것 같은 1인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직이든 프리랜서든 사업이든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없다면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 보기도 했다. 누군가는 아카데믹한 영역에 강점이 있었고, 또 누군가는 버티고 성장시키는 것에 강했다. 나는 생존에 강하다고 했다. 한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며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는 삶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즐거운 외박 후 나는 한남동으로 갔다. 프리랜서 매거진의 기획자이자 인터뷰어로 첫 인터뷰였다. 인터뷰이로 프리랜서의 권익을 보호하고 삶의 질의 향상에 기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비영리 단체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네 사람 - 혜민님, 동동님, 괜저님, 제이님 -을 만났다. 


내가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알게 된 건 지난 11월 즈음이었을 거다. 네트워크를 꾸리는 4인 중 한 명인 제이님의 공간 '윌로비' 페이스북 페이지 글을 통해 '프리랜서 네트워크'의 존재를 알았다. 어떤 활동을 꾸려가는지, 어떤 분들이 이 단체를 이끌어가는지 막연한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바쁜 일상을 살다 보니 그저 그런 것이 있구나 하고 지나쳤다. 


프리랜서의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은 노동과 삶을 그리는 프리랜서 매거진을 준비하면서 다시 '프리랜서 네트워크'와 마주쳤다. 매거진의 편집을 도와주는 친구가 '프리랜서 네트워크' 멤버 혜민님의 페이스북 글을 보여준 것. 조심스럽게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그렇게 한남동의 커뮤니티 공간 윌로비에서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프리랜서 네트워크는 작년 12월 출범해 올해 1월부터 조금 더 실체가 있는 단체로 조직 중이다. 


프리랜서란, 특정한 소속 없이 프로젝트별 혹은 기간별 계약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기술을 사용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독립적 노동 주체를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 현재 노동인구의 40%인 약 5,500만 명이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프리랜서들이 정당한 보호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이 등장했고, 그들을 위한 다양한 조례 및 법들이 이미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노동인구의 1/6인 1200만 명이 이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 일자리가 많은 상황에서도 프리랜서들의 숫자가 매년 급격하게 늘고 있어, 일본은 국가 노동정책 차원에서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들을 위한 단체나 협회들도 최근 들어 생겨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프리랜서의 대략적 규모조차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그리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부족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노동인구의 무게중심이 프리랜싱으로 이동하는 전 세계적 흐름을 따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프리랜서들은 많은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제도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환경이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한국에는 프리랜서들의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단체 또는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출처 : 프리랜서 네트워크 공식 웹페이지 https://freelancernetwork.org/


프리랜서 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은 프리랜서의 대략적인 규모조차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프리랜서 형태의 유연한 노동 활동에 부합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프리랜서의 권익을 보호하고 제도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환경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프리랜서 네트워크 활동의 주 방향이다. 


국내는 프리랜서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 인구를 파악하고, 모호한 프리랜서라는 단어를 독립계약업자(independent contractor) 혹은 초경계 경력개발자들(Boundaryless career workers)와 같은 노동의 형태와 계약의 형태를 기반으로 더욱 명확한 단어로 치환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국내에서 프리랜서라고 하면 주로 작가(자유기고가), 번역가와 같은 전문적 능력을 가진 사람을 떠올린다. IT시대에 들어서면서 IT직군(개발자, 웹디자이너와 같은)들이 흔히 프리랜서로 소개된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의 직군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나는 콘텐츠 마케팅을 하고, 종종 외주로 인터뷰와 취재 글을 쓴다.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하고 언젠가는 공공사업에 관련된 사업계획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웹툰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도 있고, 포토그래퍼와 영상 제작자도 있다. 강의를 하는 사람, 코칭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전문적인 수리공도 있다. 한때 자취인의 맥가이버였던 해드림 아저씨도 어떤 의미에서 프리랜서가 아닌가?


어디까지 프리랜서로 말할 것인가, 어떤 형태의 노동을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진 적이 없다.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을 연구한 논문도 여전히 건축가, IT 소프트웨어 개발자, 방송연예 분야 종사자를 중심으로만 사례 연구가 이루어졌고, 다양한 직군을 아우를 수 있는, 노동의 형태로서 집중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렇다 보니 당장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프리랜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물으면 설명을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 네트워크는 이 지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를 파악하고, 이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프리랜서의 정의부터 프리랜서라는 노동 형태에 필요한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논의까지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 이에, 인터뷰이는 올해는 연구를 하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보다 프리랜서와 밀착되어 파악하는 것, 그들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부터 천천히 진행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만든 멤버들을 만나기 전 내게는 약간의 불편함도 있었다. "프리랜서가 아닌 네 사람이 모여 프리랜서 권익 보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만든다니?" 하지만 두시간여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프리랜서와 프리랜서의 권익 보호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오히려 프리랜서가 아니기 때문에 한걸음 떨어져 더욱 객관적으로 노동의 현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프리랜서 네트워크'의 활동이 프리랜서의 형태로 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어떤 사회적 질문을 던지게 될지 매우 기대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함께 질문을 던지는 기회도 있기를 희망한다.




2018년도 벌써 1개월이 지났다. 2월의 첫 주말, 관점과 멤버는 달랐지만, 프리랜서의 노동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자리를 경험하게 되었다. 개인의 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단체의 관점에서 자유로운 노동형태의 권익 보호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개인의 노동환경은 꾸준히 변화 중이다. 프리랜서가 되었든, 1인 기업가가 되었든 전통적인 개념에서 직장과 직업의 개념은 흐려지고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는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통계화된 자료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체감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또 국가와 사회는 답해야 할 것이다. 개인이 고민 끝에 선택한 삶을 살아감에 있어 어떠한 보장을 해주어야 하며 어떤 공동체를 꾸려나가야 할지. 


+ 프리랜서 네트워크의 활동과, 이들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자세하게 정리하여 프리랜서 매거진에 게재될 예정이다. 



질풍노도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며 겪었던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냅니다.

프리랜서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계신 분들께는 프리랜서의 고단함을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두려워하는 분들께는 생각보다 괜찮은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드릴게요. (변태 아니에요. 해치지 않아요..)

업데이트 일정은 클라이언트가 일을 많이 주지 않아서 그나마 조금 시간이 날 때..입니다. 

여러분의 공유와 댓글이 다음 편을 약속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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