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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혜 Oct 07. 2018

보릿고개가 다가온다

찬바람이 불면, 비수기를 생각한다. 

표준정규분포곡선의 삶


매년 찬바람이 불면, 다가올 보릿고개 걱정에 매일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 본격적인 보릿고개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보릿고개는 5,6월 쌀도 보리도 수확할 수 없는 기간에 겪는 기근을 의미하지만, 나에게 보릿고개는 연말과 연초다. 

대행사에 다닐적에도 그랬다. 잔인한 12월, 더 잔인한 1월, 죽을 것 같은 2월을 넘겨 봄이 오듯 일감이 왔던 추억. 잔인한 12월에는 미친듯이 제안서를 날려 씨를 뿌리고, 더 잔인한 1월과 죽을 것 같은 2월에는 열심히 피티와 미팅을 다니고 3월이나 4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싹을 틔우는 대행의 삶. 프리랜서의 삶이라고 다르지 않다. 


나의 일감분포를 대략 훑어보면 4월, 5월 준비운동을 조금 하다가 6,7월 본격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8,9월 일이 가득 몰리고 10월, 11월즘 모든 일이 마무리 되는 모양이다. 특히, 8월과 9월이 피크인데, 잔뜩 일이 몰아쳐 정신없는 와중에 새로운일이 들어오는 달은 꼭 9월이었다. 12개월 골고루 일이 나눠지는 직업이 아니니 일단 들어오는대로 일을 소화하는데, 그러고나면 추석즈음 일감이 줄어들며 번아웃이 온다. 마치 표준정규분포곡선 같달까.. (모양은 하단 링크 참조)


정규분포의 뜻과 성질. 정규분포는 대칭형 종 모양의 그래프로...... (생략)


길고 긴 번아웃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보릿고개에 대한 걱정의 한숨이다. 지금 내 상태는 그렇다. 지금 하는 돈 버는 일은 11월 초에 마무리가 된다. 11월 초부터 돈 버는 일은 딱히 없다. 열심히 영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돈 주는 주체(클라이언트)는 12월 즘 한 해의 모든 활동을 돌아보고, 1월에 2019년 예산을 편성하고, 2월에 사업 윤곽을 잡고 3월이 되어서야 일해줄 사람을 슬금슬금 찾아다닐것이 분명하다. 열심히 영업을 한들 다가오는 비수기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12월에는 감귤수확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지난 11월이었나, 제주 감귤수확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뉴스가 온라인을 뒤덮었다. 2주 이상 일할 경우 왕복 항공권과 숙박까지 해결해준다니, 꽤나 혹하는 알바자리였다. 일당도 9만원이었다. 그러나 학창시절 이후 운동과 담쌓고 지낸 세월이 고스란히 몸뚱이에 새겨진 저질 체력인 내가 8-9시간의 농사노동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쉽게 포기해버렸다. 



감귤수확 아르바이트를 다시금 떠올린 것은 딱 지난 추석 연휴때였다. 외면하고 있던 겨울 보릿고개가 비로소 존재감을 나타낸 것. 어떻게든 단기 아르바이트로 고정수익을 내지 않으면 큰일이 날 터였다. 그래서 문득 지난 겨울 생각만하고 실행하지 않았던 감귤수확 아르바이트가 생각났다. 마침 올해 4월부터 제주에 살고 있으니 숙박도 항공권도 걱정할 것 없이 일당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기회로구나! 

진지하다. 귤 따고 귤 먹고 귤과 함께하는 프리랜서의 12월


매년 이맘때 쯤 성수기에 나는 왜 더 뜨겁게 일하지 못했는가 반성한다. 그때 몸이 부서지더라도 한달에 500만 원쯤은 벌만큼 일했어야 했는데. 아무리 일이 많아도 일을 또 받아서 해야했는데! 프리랜서가 되기 전에는 1년에 6개월 만 일하리라 생각했더랬다. 6개월간 몰입해서 일하고 1년 연봉 수준의 수익을 올리면 나머지 6개월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겠다고. 그게 그대로 실행이 되었다면 보릿고개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을거다. 


다가오는 보릿고개를 어떻게 슬기롭게 보낼 지 다시금 고민되는 밤이다. 찬바람이 시린 가슴을 스치운다. 비수기란 무엇인가. 프리랜서에게 연말이란 무엇인가. 




질풍노도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며 겪었던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냅니다.

프리랜서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계신 분들께는 프리랜서의 고단함을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두려워하는 분들께는 생각보다 괜찮은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드릴게요. (변태 아니에요. 해치지 않아요..)

업데이트 일정은 클라이언트가 일을 많이 주지 않아서 그나마 조금 시간이 날 때..입니다. 

여러분의 공유와 댓글이 다음 편을 약속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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