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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혜 Nov 30. 2018

올해 제 인생의 키워드는 '실험'입니다.

지난 2018년을 (벌써) 돌아보며

연초 나는 습관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올해 제 인생의 키워드는 실험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렇게 말하게 된 배경에는 이제 프리랜서로서 '밑천'이 드러난 것 같다는 위기감 같은 것이 있었다. 스스로 한계를 느끼며 '내가 이러려고 프리랜서 한다고 했나.'를 습관적으로 되뇌이던 시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을 이어오며 점점 스스로가 희미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그러니까, 잠시 그동안의 관성을 조금씩 내려놓고, 새로운 관성을 만들 시점이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18년, '실험'을 하기로 했다. 


실험이라고 해서 갑자기 세계여행을 떠난다거나, 글 쓰고 콘텐츠를 만들던 일을 모두 내려 놓고 갑자기 장사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해왔던 일에서 연결되는, 그러니까 콘텐츠 기획자로서 단순히 마케팅 콘텐츠나 온라인 배포 중심의 텍스트 콘텐츠에서 멈추지 않고 '매체'와 '산업'을 확장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이라고 하도 떠들어대서 그런가, 생각보다 빠르게 실험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게 바로 제주에서 진행한 복합문화행사 '치앙마이가 제주에 옵니다.'였다. 


치앙마이가 제주에 옵니다 전시 포스터 

올해 3회째로 진행되는 행사인데, 우연한 기회로 함께 기획을 하게 된 것. 서울과 제주, 치앙마이 아티스트가 제주에 모여 콘서트, 전시, 플리마켓 등 '문화'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온갖것들을 했는데, 생각보다 잘됐다. (과정은 힘들었다 치더라도) 개인적인 성취도 있었다. 문화창작자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체류지원사업 '제주다움'에 선정돼 제주 라마다 호텔에서 호사스럽게 2달 간 지낼 수 있었고, 행사로 연결되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콘텐츠 펀딩 사업 컨설팅 일을 했다.  


제주 원도심의 상징적인 공간 '자양삼계탕'에서 개최된 하오 제주 전시와 옥션 풍경


'실험'의 해가 맞았는지, 일이 더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덜컥 제주에 연세를 구했고, 결국 6월 제주도민이 되었다. '치앙마이가 제주에 옵니다' 전시로 인연이 된 작가님의 부탁으로 서류만 도와주려고 시작했다가 결국 제주 기획팀에 합류해 아티스트 오픈 스튜디오 및 미술 전시 옥션 행사인 '하오' 제주 행사를 함께 준비했다. 운 좋게 예술쪽에서 가장 큰 예산을 주는 지원사업에 합격해서 나름 넉넉하게 행사도 준비했다. 거기에 얼마 전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인연이 된 대표님과 로컬 브랜드를 체험하는 하루 '로컬 브랜드 데이'를 기획해서 소규모 체험 및 팜파티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실험'의 결정판인 개인 프로젝트도 틈틈이 진행했다. 


지난 1월부터 만들기 시작한 프리랜서 매거진이다. 사실 당장 수익을 올리는 일과 명확한 데드라인이 있는 문화기획 프로젝트를 하느라 매거진 만들기는 정말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진행했다. 별 수 없었다. 생계를 유지하고 매거진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제안이 들어온 매력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누군가와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물리적인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디자인과 교정/교열과 같이 내가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영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과정 - 기고문을 모으고,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인터뷰를 해 글을 쓰고, 기획 콘텐츠를 만드는 일, 무엇보다 매거진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 - 을 혼자 진행해야 했으니 아무리 집중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매거진을 만드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맞는 방향인지 스스로 판단이 어려워 주변에 글 쓰는 사람, 독립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 편집자 지인을 괴롭히며 매거진의 방향성을 잡아 갔다. 디자인을 하는 친구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개발하는 프리랜서여서 새로 디자인 감각을 익히는데 꽤나 고생했고, 덜컥 교정/교열을 봐주겠다고 한 친구는 회사를 다니며 주말마다 글을 검토하느라 눈이 쉴 틈이 없었다. 


그래도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다. 당장 디자인과 교정/교열을 해주겠다고 나선 두 사람은 당연하고, 일러스트를 선뜻 그려준 후배와 지인 작가, 이제 창간호인 매거진에 선뜻 인터뷰를 응해준 사람들. 매거진의 취지를 응원하며 글과 그림을 보내준 사람들. 그리고 매거진에 펀딩해준 후원자들. 


아니 써놓고 보니 '실험'을 한다고 했는데, 너무 본격적이다. 


4월, 9월, 11월 올해만 세 개의 문화 행사를 기획하거나 기획에 참여해 뜨거운 시간을 보냈고, 2월부터 지금까지 매거진 창간호를 만들고 있다. 행사를 준비하거나 매거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의미 있는 외주일을 소개 받기도 했다. 


물론 '실험'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자잘한 실패와 자잘한 성공이 교차했다. 실패의 이유는 내 역량 문제도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에 불협화음을 줄이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래도 성공이 있었다. 실험의 과정에서 함께 성장한 사람이 있었고, 기획한 콘텐츠를 통해 누군가 즐거워 했으며, 몇몇은 앞으로도 계속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동료가 되었다.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상대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연결하는 법을 배웠다. 전혀 새로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존에 해왔던 일을 피봇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내가 잘 하는 일, 잘 하려고 욕심내지 말아야 하는 일도 더 뚜렷해졌다. 섣불리 시도하면 실패하는 것도 깨달았다. 충분히 몰입하면 결과와 관계 없이 그 몰입의 순간을 경험한 것 만으로 충분하다는 것도 배웠다. 


사실 실험을 하느라 돈은 많이 못 벌었다. 상반기 실적은 처참했고, 그나마 하반기에 부족했던 실적을 채우고 있다. 그래도 새로운 관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커리어로 확장하고 싶었던 분야의 일을 하게 됐고, 몇 가지 프로젝트를 돌려가며 조금 더 나은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보였다. 


올해 지겹게 실험을 했으니, 내년에는 실험 말고 터 닦는 일을 좀 해야겠다. 




저.. 그래서 그 실험 중 하나인 프리랜서 매거진은 말이죠. 지금 펀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소식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면서도, 프리랜서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도 프리랜서이고, 프리랜서 일로 돈을 벌어 프리랜서 매거진을 만드느라 정신을 차려보니 펀딩 종료까지 5일만 남았어요. 이 무슨 블랙코메디인가.. 


아무튼 남은 5일 간 막판 스퍼트를 올려 홍보하려고 해요. 프리랜서의 삶에 관심 있는 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창간호 : 프리랜서도 프리랜서가 궁금하다.  

이렇게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프리랜서라는 노동의 상태, 사람 혹은 계층을 다루는 매거진을 만들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많은 혼란과 방황이 있었는지는 벌써 말 다 했다. 그럼에도 벌인 일을 수습하려니 나는 나 스스로 프리랜서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탐구하고 정리해야만 했다. 
- 들어가는 말 중

프리랜서를 다루는 매거진은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 지 지독하게 고민했습니다. 

생존에 대한 답을 주어야 할까?
으리으리한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주어야 할까?


생각해보면 프리랜서는 으리으리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으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죠. 그래서 이런 프리랜서의 솔직한 이야기를 묶어 매거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리랜서 매거진에는 평범한 프리랜서들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 프리랜서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유연한 노동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https://www.tumblbug.com/freenotfree01


질풍노도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며 겪었던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냅니다.

프리랜서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계신 분들께는 프리랜서의 고단함을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두려워하는 분들께는 생각보다 괜찮은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드릴게요. (변태 아니에요. 해치지 않아요..)

업데이트 일정은 클라이언트가 일을 많이 주지 않아서 그나마 조금 시간이 날 때..입니다. 

여러분의 공유와 댓글이 다음 편을 약속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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