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적어두면손해 볼건 없다
이전 '영감을 얻는 법'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선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독서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지만, 독서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를 소개해주려 한다. 바로 메모장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물론, 메모장을 정말 들고만 다닌다고 해서 없던 영감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메모장에 메모를 해야 한다. 하지만 메모장을 집에만 두고 가끔 와서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또 의미도 없다. 우리는 메모장을 평상시에도 계속 들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버스에서, 카페에서 계속해서 메모를 해야 한다.
'영감을 얻는 법'에서 영감은 자연과 일상에서 특정 정보를 추출하는 능력이라고 설명을 했다. 우리는 일상과 자연을 거의 24시간 경험한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꿈속에서도 우리는 일상과 자연, 혹은 그 넘어의 것도 경험할 수 있다. 그 말은 즉슨,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자연과 일상에서 오는 정보들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뇌는 우리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을 해서 우리는 밤마다 잠에 들어 뇌를 휴식시켜준다.
우리가 평소 생활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허무맹랑한 망상, 생각의 흐름의 흐름을 따라 결국엔 맥락에서 많이 벗어난 생각, 당시에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라고 스스로 당황하며 웃으며 넘기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 생각들이 결코 랜덤적이고 아무 의미가 없는 망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심리, 기억, 주변 사람, 환경 등에 영향을 받은 우리 뇌가 열심히 정보를 분석 중인 것이다.
정신분석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 둘 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강조했다. 심지어 카를 융은 인간의 무의식으로 미래의 일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만큼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정보를 담아두고, 처리하고, 분석하는 곳이다. 무의식에서 많은 정보들이 쓸모없다 인식되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정보들은 계속해서 무의식에서 방황하며, 우리의 일상생활, 꿈, 말, 그리고 행동에서 나타난다.
나 자신이 나도 모르게 깊은 사색에 빠져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우선 메모장에 그 내용을 적자. 아무리 허무맹랑한 생각이어도 일단 적고 보자. 우리가 손해 볼 건 없다. 기껏해야 볼펜의 잉크와 종이 한 장이 전부다. 머리에 스쳐간 생각들, 주변 환경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 등 일단 적어보자. 그렇게 무작위적으로 보였던 생각들이 모이고 모이면 놀랍게도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때에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이어진다. 물론, 별 의미 없는 생각도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의 심리, 주변 환경에 대한 나의 이해, 그리고 판단 등이 보인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생각보다 야망적인 나, 생각보다 호기심이 많은 나, 생각보다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은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특정 프로젝트를 맡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해보자. 일단 평소에 그 프로젝트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내 뇌가 이 프로젝트가 중요한 일이라고 인식할 때까지 말이다. 프로젝트를 생각하다 보면 생각의 꼬리의 꼬리를 물고 허무맹랑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일단 적어보자. 그리고 밤에 자기적에 노트에 적힌 내용들을 바라보자. 대체적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쓸만한 정보도 몇 가지 포함되어 있다. 그 정보들을 조합하고,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영감을 얻는 법' 글에서 천재들은 영감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영감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재들은 세상에서 아주 쉽게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를 캐치해낸다. 우리에게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눈이 없다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영감을, 아이디어를 얻어내야 한다. 영감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영감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갑자기 길거리에서 메모장을 꺼낸 메모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감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에 비하면 시간, 비용, 효율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메모가 더욱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일단 메모해보자, 손해 볼 건 없으니깐 말이다. 사실 평소라면 쉽게 잊어버릴 망상들을 나중에 다시 한번 보는 것이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