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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Aug 30. 2021

곁에 두고 읽는 니체

가장 쉽고 간단한 니체

19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 현대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인물. 포스트모더니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 어쩌면 현대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생애 동안은 시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위인. 허무주의를 벗어나 초인으로 거듭나길 원한 사람. 그가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이다. 니체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그의 책들이 워낙에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체를 열렬히 사랑한 일본인, 사이토 다카시의 저서 '곁에서 두고 읽는 니체'는 니체의 사상을 쉽고 간단하게 풀어낸다.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책 커버

내가 읽어본 니체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쉽게 풀어쓴 책이다. 니체가 바라본 초인, 르상티망, 기독교, 평등주의, 우정 등을 한 책에 이렇게 핵심만 골라서 가독성 있게 풀어쓴 책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니체를 처음 배우려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니체의 사상에 대한 대략적인 개념이 잡힐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니체의 방대한 사상을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입문서로는 충분하다.


사이토 다카시가 바라본 니체는 초인 그 자체였다. 19세기, 모든 것이 기독교적 가치를 띄고 있던 사회에서 '인간'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만든 인물이었다. 말하자면 제2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인물이다. 사이토 다카시는 니체의 모든 것을 찬양한 사람처럼 보였다. 예를 들어, 니체의 오만, 독선 등은 모두 강한 자기애로 생각하며 자존감이 낮은 현대인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현대인들의 집단적 관음증 같은 셀럽의 스캔들을 찾으러 다니고, 악플을 달는 행위를 비난했다. 니체의 말을 빌려오자면, 그런 사람들은 모두 '작은 사람'이었다. 지식인이 아닌 그저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연예인의 발언에 모든 사람이 비난하는 현상을 비판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정말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은 지식인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고결한 도덕관념과 실수 없는 언행, 그리고 나와 같은 사상, 이념 등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기대할 것은 좋은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작품이면 충분하다. 연예인의 스캔들에 사회가 휘청휘청 거리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외에도 저자는 지나친 평등주의를 비판한다. 니체는 그의 저서 <<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 에서  '평등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욕망을 갖고 있거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욕망을 갖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평등주의에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자본주의와 자유경쟁시장에서 완벽한 평등을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진정한 평등을 원하면 공산주의를 따라야 한다. 실제로 사회주의는 일부 서부권 나라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서부권의 많은 대학생들이 '평등'과 '차별 없는 세상'을 너무 외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공산주의에 대한 강한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벤 샤피로가 말했듯, '민주주의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생각은 무척 위험하다. 


이 외에도 니체의 이미지와는 다른(?) 여러 가지 밝은 세상을 위한 내용들이 많았다. 진정한 우정이라든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라든가, 춤을 추라든가, 웃으면 세상이 밝아진다 같은 내용들이다. 사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가치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비종교적 특성이 가장 일본인과 (일본은 세상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 중 하나이다.) 니체의 사상이 결합된 책이다. 전체적으론, 니체의 사상을 잘 요약한 책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예를 들어, 니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니체의 독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완벽한 무시마저도 자기애로 포장하거나 아예 다루 지를 않았다. 니체 사상의 한계는 다루지 않는 것이다.  또한, 니체의 사상은 기독교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사이이다. 니체의 사상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선 기독교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필요한데 작가는 기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니체는 19세기 유럽에 존재했던 기독교를 비판한 것이지 기독교 교리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심지어 기독교인으로 유명한 C.S. 루이스의 사상과 많은 부분에서 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금욕주의에 대한 비판, 내세에 집중한 나머지 현세를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 등은 니체와 루이스 두 명의 사상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니체를 이해하기에는 아주 좋은 입문서임에는 변함이 없다. 니체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꼭 한 번 읽어보는 거을 추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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