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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Nov 16. 2024

마이크 타이슨에게 바랬던 것

사랑에 바랐던 것은 언제나 머나먼 꿈으로 있어달라는 것뿐이었다

사랑에 바랐던 것은 언제나 머나먼 꿈으로 있어달라는 것뿐이었다

Do amor apenas exigi que nunca deixasse de ser um sonho longínquo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에 나온 문장입니다. 한국 번역으로는 "사랑에게 내가 바란 것은 단 한 가지, 먼 꿈으로 존재하기를 멈추어달라는 기원뿐이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원문을 찾아서 제 스스로 나름 번역해 보니 직역하자면 "사랑에게, 나는 단지 그것이 결코 머나먼 꿈이기를 멈추지 않기를 요구했을 뿐이다."라고 번역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포르투갈어를 전혀 할 줄 모르니 확실하게는 말을 못 하지만 제 생각에는 "사랑에 바랐던 것은 언제나 머나먼 꿈으로 있어달라는 것뿐이었다"가 번역이 좀 더 원문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마이크 타이슨과 제이크 폴의 복싱 경기를 봤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마이크 타이슨은 말 그대로 무적의 상징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제 친구의 게임 닉네임이 "핵주먹 타이슨"이었습니다. 그만큼 타이슨은 저와 제 친구 사이에서 이견이 없는 최강의 복서이자 최강의 남자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복싱에 관심이 많고 배우기도 하면서 마이크 타이슨의 경기를 많이 보았고 특유의 피커부 스타일 복싱과 강력한 펀치들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은 어느새 58세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 정도는 한 손으로도 접을 피지컬이지만 전성기의 타이슨, 제가 영상으로 보던 타이슨 보다는 훨씬 약해져 있었습니다.


그와 제이크 폴의 경기를 앞두고 제 마음은 그저 타이슨이 크게 다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적어도 KO만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그 마이크 타이슨이 젊은 복서에게 KO를 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기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피커부 스타일의 복싱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것에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씁쓸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 20년만 젊었으면, 아니 15년만 젊었으면" 하는 의미 없는 마음이 계속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누군가에 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그 이미지를 사랑한다.

Nunca amamos alguém. Amamos, tão-somente, a ideia que fazemos de alguém.

- 불안의 서



우리는 이따금씩 누군가에게 저항 없이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사랑에 빠져버린 우리는 그 대상에게 단 한 가지 만을 바라게 됩니다. 부디 그 모습 그대로만 있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우리가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쭉 변합니다. 결국 우리는 과거에 우리가 사랑했던 그 모습, 이미지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의 허상을 사랑합니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사랑의 감정은 우리는 바보로 만들어놓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그 허상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허상이 사라지고 너무나 바뀌어버린 그 대상의 모습을 직면하는 경험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겁쟁이가 됩니다. 우리 스스로도 허상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기에, 그 허상은 언젠가 사라질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늘 두려움에 떱니다.


여러분을 겁쟁이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여러분은 그 허상이 무너져도 여전히 그 대상을 사랑할 수 있나요? 아니라면, 지금 당신이 사랑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우리는 이것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이미지가 언젠가 무너지면, 그때에도 내가 이 대상을 사랑할 수 있는가? 그 대상이 변하는 모습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그 이미지에 그 대상을 덮어 숨겨야 하는가?


하지만 결국엔,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단 하나일 겁니다.


사랑에 바랐던 것은 언제나 머나먼 꿈으로 있어달라는 것뿐이었다.

Do amor apenas exigi que nunca deixasse de ser um sonho longín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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