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의 틈새로 푸른 밤이 스며들어 오는 것을 보았다.
고등학생 시절, 저희 집 바로 앞에 공원에는 가끔 대마초를 피는 불량배들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별이 잘 보였습니다. 거의 매일 밤마다 그 공원의 벤치에 홀로, 혹은 여자친구와, 또 혹은 친구들과 앉아 별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꽤 경험이 쌓이니 이제 밤하늘을 보면 목성, 토성, 화성, 금성 정도는 꽤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신성 폭발을 이미 했거나 앞두고 있는 베텔기우스를 겨드랑이에 품고 있는 오리온자리, 북두칠성, 큰 곰자리, 카시오페아 자리도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별을 보는 저도 그들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밤하늘을 날아다닌 생택쥐페리에게 별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지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 별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붕의 틈새로 푸른 밤이 스며들어 오는 것을 보았다. 그 조그만 구멍을 통해서 별이 하나 우리에게로 떨어졌다.
저는 "틈새"라는 단어가 너무 좋습니다. 틈새는 어쩐지 희망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틈새시장은 여럿 사업가에게 희망을 주고, 인생의 작은 틈새에서 휴식을 얻고,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고, 틈새라면은 맛있습니다.
반지하에 살다 보면 가끔은 밖과 완전히 단절된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밖은 아침인데 나는 아직 저녁이고, 밖은 저녁이지만 나는 아직 아침에 머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의도적으로 창을 바라봤습니다. 창은 밖의 빛이 반지하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틈새입니다. 그 틈새가 나를 버티게 해 줍니다.
어렸을 적 토토로를 보았을 때 들었던 이상한 기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이상한 기분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생택쥐페리의 문장을 수집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영화 토토로는 5~7일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두 소녀가 일주일 동안 겪은 환상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환상은 두 소녀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틈새입니다. 어머니가 투병하고 있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 틈새는 두 소녀를 웃게 만들어줍니다.
지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작은 틈새입니다. 틈새 사이로 반지하로 들어오는 햇빛. 일주일간 토토로와의 만남.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틈새. 푸른 밤이 스며들어올 지붕의 틈새. 그 잠깐의 판타지. 그 조그만 구멍을 통해서 별이 하나 우리에게 떨어집니다. 토토로를 본 어린아이는 87분간 인생의 틈새에서 놀다 돌아왔습니다. 그 이상한 기분의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87분의 틈새는 여전히 저를 살게 해 주는 판타지의 경험입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지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밤하늘에 내 인생에서 벗어날 판타지의 틈새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상 위에 필사노트를 꺼냅니다. 울퉁불퉁한 표지를 굳은살이 박혀있는 손바닥으로 한번 쓸어내립니다. 노트를 펼치고 가방에서 필통을 꺼냅니다. 신중하게 펜을 고릅니다. 파란색, 초록색, 검은색, 선물 받은 볼펜, 가장 오래 쓴 볼펜, 전역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선물한 만년필, 그리고 최근에 산 샤프. 오늘은 선물 받은 볼펜으로 정했습니다. 꾹꾹 눌러 글씨를 종이 위에 못 박습니다. 지금껏 수집한 문장들을 한번 훑어봅니다. 공책을 닫고 표지를 다시 한번 쓸어내립니다. 나의 작은 틈새가 이제 닫힙니다.
지붕의 틈새로 푸른 밤이 스며들어 오는 것을 보았다. 그 조그만 구멍을 통해서 별이 하나 우리에게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