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습작은 쓰지 않는다.
나는 절대 습작은 쓰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 실패한 시들을 썼을 때, 그것들을 습작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퓰리처상을 받은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문장이다. 글쓰기의 거인들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꾸준함이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사람이라면 이미 브런치로부터 이러한 알림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꾸준함은 브런치도 알고 있는 글쓰기의 진리이다. 하지만 꾸준히 매일 몇 문장이라도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힘든 일이다. 단순히 게으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글감이 떠올라야 한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글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 문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글쟁이들을 위해 한 마디를 한다.
나는 절대 습작은 쓰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 실패한 시들을 썼을 때, 그것들을 습작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좋은 영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갈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하거나 아니면 글감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책상 앞에 앉지도 않는다. 이건 마치 축구선수가 페널티킥 정도로 확실한 슛이 아니면 아예 슈팅 자체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위대한 작가들의 하루 루틴은 놀랍게도 매우 유사하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밥을 먹고, 산책 등을 하다가, 오후에 또 글을 쓴다. 시간대에 따라 단편소설, 장편소설, 에세이 등 다른 장르의 글을 쓴다. 맘에 드는 글은 간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서랍에 넣어 봉하거나 아니면 쓰레기통 행이다. 그리고 다음 날에 일어나 또 글을 쓴다. 하루에 한 페이지, 아니 한 문장도 남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글을 쓴다. 위대한 축구선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슈팅을 날리고, 농구선수도 프리일 때마다 3점 슛을 시도하듯, 작가는 계속 글쓰기를 시도한다.
누군가는 따로 습작을 쓰며 글을 연습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읽힐 용도가 아닌 글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을 글을 쓰는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쓸까.
잠깐 오늘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오늘 우연히 대학교 농구경기를 직관하게 되었다. 그들은 농구화를 끽끽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빈 공간을 찾아 뛰어다녔다. 그리고 상대 수비수가 잠깐 한눈을 파는 순간 포인트 가드에게 콜링을 한다. 그 순간 그의 손에 농구공이 날아온다. 프로선수의 경우 3점 슛 성공률이 35%를 넘기면 준수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학농구인만큼 성공률은 그보다도 낮을 것이다. 직접 뛰어 들어가 레이업으로 점수를 내는 편이 훨씬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약간의 기회만 나오면 팀원에게 콜링을 한다. 그리고 슛을 던진다. 대부분 림을 맞고 튕겨져 나오지만, 집요하게 던지면 3~4개 중 하나꼴로 결국 하나를 집어넣는다. 그들은 그 3점 슛을 위해 그토록 땀을 흘리며 드리블하고, 공간을 창출하고, 패스를 하는 것이다. 기회를 얻는 선수의 표정은 결연함으로 가득 차있다.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한다. 설령 그 슛이 실패해도 말이다.
로버트 프로스트가 말하는 작가의 각오도 그런 것이다. 작가에게는 습작 따윈 없다.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열의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글을 쓴다. 성공률은 떨어져도 계속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한다. 이 글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읽힐 것이라는 각오로 임한다. 설령 그 글이 오늘 밤, 쓰레기통 안에서 최후를 맞이해도 말이다. 그렇게 서랍 속에, 쓰레기통 속에, 컴퓨터 디스크에 의도치 않은 습작이 어느 정도 쌓여가면 언젠가 결국 3점 슛이 들어가듯 좋은 글이 탄생할 것이다.
농구에서 중요한 것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쏘는 것이다. 기회가 없다면 스스로 빈 공간에 파고 들어서라도 기회를 만들어낸다. 글 쓰는 사람의 각오도 그러해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쓰고,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써야 한다.
나는 절대 습작은 쓰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 실패한 시들을 썼을 때, 그것들을 습작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