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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Jun 30. 2023

끼리끼리 어울리면 안되는 이유

우물에서 벗어나기

https://brunch.co.kr/@idaigu/35

    이 글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이유'에서 이어지는 글로써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끼리끼리 어울리는 이유'를 먼저 보시고 이 글을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현시대를 표현하는 수식어가 많이 있겠지만, 나는 현시대를 '커뮤니티의 시대'라고 수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물론 예전에도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참여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대에 들어서는 개인도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참여하기가 전보다 쉬워졌고, 다른 구성원들과의 교류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라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해보자. 옛날에는 자신이 속한 국가(혹은 정당)에 큰 애착이 있고 충성심이 있다고 해도 뭐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물론 전쟁이 나면 참전해서 싸우고, 독재에 맞서 시위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투표 정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참여였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정치 관련 기사와 콘텐츠가 쏟아지고 개인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원한다면 자신이 직접 기사와 콘텐츠를 올릴 수도 있다. 이러한 행위가 실제 정치계에 영향을 끼치는지 어떤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정치' 카테고리 안에 만들어진 커뮤니티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술집에서 친한 친구와만 할 수 있던걸, 이제는 어디서든, 언제든, 누구든 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커뮤니티가 아닌 경우에도 그렇다. 실제 친구와의 상호작용도 전보다 훨씬 간단해지고 편해졌다. 처음에는 편지만 가능했고, 그다음에는 메시지, 그리곤 통화, 현재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카메라를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따로 시간을 내야지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을(학생인 경우에는 학교에서도 만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어디서든, 언제든, 누구든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 글인 '끼리끼리 어울리는 이유'에서 설명했듯, 모든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상과 철학,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모이게 된다. 이런 환경은 자신의 자아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분적으론 긍정적인 현상이다.

    참고로 끼리끼리 커뮤니티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듯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과 직접 대화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일도 포함되지만, 그저 자신의 사상에 동조하는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좋아요'나 '공유' 같은 상호작용도 포함된다. 실제 온라인 모임에 가입하거나, 구독하지 않더라도, 알고리즘 등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뒷받침해주는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상호작용한다면 본인도 특정 끼리끼리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의 SNS에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와, 같은 사상을 가진 사람의 콘텐츠들이 올라오게 될 것이다. 비슷한 사상을 가진 친구들과는 인간에 의해 피해를 입은 불쌍한 동물 이야기, 자연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울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을 사랑하는', 혹은 '자연을 보호하는' 자아가 다칠 위험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자아를 더욱 성장시키고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이런 '끼리끼리 모임'에 조심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사실상 '끼리끼리 모임'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첫째, 끼리끼리 모임에서는 같은 의견만 공유한다. 또한 다른 의견에 대한 배척 성향을 쉽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먼저 끼리끼리 모임에서 같은 의견만 공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니 말이다. 같은 의견만 주장하는 것은 끼리끼리 모임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사항이다. 만일 그룹 구성원과 반대 의견을 계속해서 주장하면, 구성원들에 의해 의견은 묵살되고 지속적인 갈등을 겪다가 그룹 밖으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모임 내 반대 주장을 하는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들의 자아를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인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여기서 자아는 자신의 사상, 철학, 세계관, 가치관 등이 합쳐진 복합적인 개념으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선 '끼리끼리 어울리는 이유'를 보고 오길 바란다).

    같은 의견만 공유하는 모임의 구성원들은 대체로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 번째는, 자신이 따르는 모임의 사상 이외에는 다른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어딜 가든지 자신과 같은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밖에는 없는 환경에서 살다 보니 이러한 착각이 생긴다. 간단한 예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분명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물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임에 오랫동안 몸을 담근 사람은 전 세계 사람들이 고양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물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강아지가 더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양이에게 단점도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만난 (온라인상으로든, 오프라인 상으로든)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고양이를 징그럽다고 생각하거나 전혀 사랑스럽지 못한 동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면 어딘가 정상적인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최소한 아주 소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특징이 나타난다.


    두 번째 특징은 다른 의견에 대한 배척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끼리끼리 모임 속해있는 구성원은 자신의 사상을 뒷받침해주는 정보에는 지속적으로 노출되지만, 사상의 단점이나 오류 같은 정보에는 쉽게 노출되지 못한다. 반대로 반대의견을 가진 모임의 단점과 오류를 알려주는 정보에는 노출되고 그들의 의견을 뒷받침해주는 정보에는 노출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들의 사상은 옳고, 반대의견은 옳지 않은 사상이 되는 것이다. 옳고 그름이 확실해진 상태에서는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레 다른 의견에 대해 배척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

끼리끼리 모임에 속한 사람은 편향된 정보에만 노출된다

    가장 단적인 예가, 정치이다. 대게 야당을 지지하는 모임과 여당을 지지하는 모임으로 나눠지는 끼리끼리 모임은 본인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인다. 본인들이 접하는 정보가 그렇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언론사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언론사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한다. 언론자료뿐 아니라 온라인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다. 편향적인 정보만 받아드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정의이고 상대 정당은 불의 이기다.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사이좋게 타협하는 경우가 없고 싸우기에 바쁘다. 이는 전 세계 어딜 가나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에 맹목적인 동조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사상이나 오류는 있는 법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고 계속해서 발전을 지향하는 모임이야 말로 건전한 사상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들이 무조건적으로 옳으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이야 말로 '정의'라고 주장하는 모임은 오히려 기피해야할 대상이다. 현재 대부분의 특정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모임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물론 개인적으론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이 깊이 동조하는 이데올로기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이데올로기는 보다 너 나은 삶, 사회, 자아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이데올로기는 저마다의 한계와 오류를 지니고 있고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사상이 100퍼센트 정의라고 생각하고 커뮤니티의 의견에 맹목적으로 동조하기보다는 자신이 따르는 모임의 한계가 무엇인지 오류가 무엇인지 냉철히 판단하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끼리끼리 커뮤니티의 장점은 자아를 보호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아를 그저 강화해 나가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우리는 발전을 해야 한다. 오래된 비행기를 계속해서 고치고 강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젠가 로켓으로 발전시켜야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 발전을 하기 위해선 자신이 머물고 있는 우물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우물에서 갈고닦은 무기를 이용해 우물 밖 세상에서 자신의 발전을 도울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그것에 모든 것을 맡길 순 없는 법이다.


    물론 끼리끼리 커뮤니티에서 나와 다른 의견들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은 아주아주 힘든 일이다. 자신이 따르던 사상, 철학, 가치관 등에 오류가 있고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드리는 것도 아주아주 힘든 일이다. 자신의 자아를 무너뜨리고 새로 건설하는 것은 아주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새로 건설된 자아는 전보다 훨씬 견고해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발전을 향해 한걸음 또 내딛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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