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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Jul 31. 2023

세상이 억까하는 철인왕,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나를 위로해 주는 철학 - 명상록


"세상이 나를 억까해"라는 유행어가 있다. '억까'는 '억지로 까다'의 준말로 명분 없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세상이 나를 억까해"라는 뜻 무엇 하나 제대로 나를 도와주는 것 없고, 세상의 모든 일들이 마치 나를 적대시하듯 나에게만 억울한 일이 계속 발생한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만일 세상이 억지로 나를 까내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말 그대로 세상이 억까하는 인물을 한 명 소개해주려 한다. 그의 이름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다. 명상록의 저자로 유명 로마의 황제이며, 로마의 전성기 시대를 뜻하는 말인 팍스 로마나의 마지막 황제이자, 동시에 로마 최고의 다섯 황제를 뜻하는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이다.


"세상이 억까한다더니, 웬 황제를 소개해줘?"라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만큼 세상이 억까한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라고 장담한다. 즉위 직후부터 각종 사고가 뒤따랐으며, 수많은 전쟁과 가뭄, 그리고 흑사병이나 천연두로 추정되는 대역병이 돌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당당히 팍스 로마나의 황제, 오현제 중 한 명이 된다. 만일 우리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세상의 억까'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 수만 있다면, 우리도 그처럼 '세상의 억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랴? 오히려 그 상황을 발판 삼아 더 높이 도약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생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바로 철인왕, 그리고 오현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후세의 평가일 뿐이다. 마치 불행한 인생을 보낸 고흐가 현대에서는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받듯이 말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실제 삶은 어땠을까? 위엄 넘치고 호화스러운 삶을 보낸 여타 다른 황제들과 같은 모습이었을까? 그에 대한 평가가 아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삶 그 자체를 알아보자.


먼저 그는 121년 명망 높은 귀족 가문인 마르쿠스 가문에서 태어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총명함과 특출함, 그리고 예의바름과 철학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그에게 어쩌면 당연하게도 황제의 양아들로 입적하게 된다.


그리곤 그의 배다른 형제 루키우스 베루스와 함께 이렇다 할 사건하나 없이 순탄히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그의 인생은 순탄하고 '억까'하나 없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문제는 즉위 직후부터 발생하게 된다.


로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즉위 직후부터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정말 세상의 억까인지, 정말로 그전까지는 평화롭다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즉위 직후부터 문제가 터진다. 재위 직후 2년간 대홍수, 가뭄, 지진, 속주국의 반란과 외부의 칩입이 있었다.


하지만 더욱 큰 재앙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바로 로마의 동부전선에서 일어난 파르티아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로마 병사들이 흑사병 또는 천연두로 추정하는 '안토니우스 역병'을 가지고 온 것이다. 안토니우스 역병은 순식간에 전 로마를 휩쓸었고 무려 400만~500만 명의 사망자를 만드는데, 이는 당시 로마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쉽게 설명하면 코로나로 인해 대한민국의 인구 중 1650만 명이 사망한 것과 같다. 사망자 수치만 이러하니, 총 감염자 수는 어마무시할 것이다. 심지어 안토니우스 역병은 마르쿠스의 이복형제이자 공동황제이었던 루키우스 베루스마저 데려가버린다. 

당시 로마의 영토

당시 로마는 최전성기였던 만큼 그 전선도 어마무시하게 넓었는데 이를 공동황제로 나누어 담당하거나 한 명은 전선에 나가있고 한 명은 내정을 담당했는데 이젠 그 어마무시한 업무량을 마르쿠스 혼자서 도맡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게르만족의 로마 칩입이 시작되어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고 내부에서는 반란까지 일어났다. 게르만족 뿐만 아니라, 마르코만니, 콰디, 이아지게스족, 카티족, 카우치족의 칩입이 있었고, 이집트와 북아프리카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실제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즉위 기간의 대부분을 전선에서 지냈으며 결국 병영기지에서 전염병에 의해 사망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대부분의 자녀가 모두 어린 나이에 사망하게 되는 불행까지 겪어야 했다.



전쟁터에서 쓰인 책, 명상록

자 어떤가? 아직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금수저 물고 태어난 축복받은 황제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늘 최선을 다했다. 스토아 철학자인 그는 사치와 향락을 멀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임무를 완수하는 것에 늘 집중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민중의 비난이었다.


이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적힌 다음 문장으로 유추할 수 있다. 


선한 일을 하고 욕을 먹는 것이 제왕의 일이다. - 명상록 제7권 36.


참고로 명상록은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 아니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병영 막사에서 밤에 혼자 불을 켜고 오늘 하루 깨달은 점이나 느낀 점을 기록한 일기 형식에 가까운 책이다. 한마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호화스러운 황궁을 벗어나 최전선에서 적군과 싸우며 밤에 혼자 막사에서 이 글을 썼다는 것이데, 그 모습을 상상해 보면 조금 안쓰러워질 정도이다.


물론 그가 재위기간 동안 대중의 비난만 받아오면서 살아오진 않았을 것이다. 현명한 왕이었고 늘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대에도 덕왕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전염병에 가족을 잃고 지진과 대홍수, 그리고 이민족의 침입을 직접적으로 겪은 백성들은 현대에서도 그렇듯 최고통치자를 욕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마르쿠스는 대중의 환호도 비난도 결국엔 다 쓸모없는 것이라고 명상록을 통해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너를 비난하고 욕하며 아우성을 치고...(생략), 그럼에도 너는 얼마든지 그 누구의 강요도 받지 않는 가운데 더할 나위 없이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늘 삶과 죽음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 보는 것이 시체이었을 것이다. 명상록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너는 손이나 발이나 머리가 몸에서 잘려 나가서 나머지 몸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을 본 적 있느냐.


물론 이 문장이 게르만 족과의 전투에서 마르쿠스가 본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는 없지만, 당시 상황으로 보았을 때 전쟁터에서 이런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후, 썼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황제가 되었는데 안락하고 호화스러운 삶이 아니라 죽음과 삶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는 전선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나라면 매우 억울할 것이다.


그뿐만이랴, 죽음의 공포가 있었을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명상록에는 죽음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문장이 정말 많이 반복된다. 조금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문맥의 문장이 여럿 반복되는데, 개인적으로 혹시 마르쿠스 본인이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때, 이를 떨쳐내기 위해 일기장에 자신을 다독이듯 썼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의 억까 속에서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주어진 일을 잘 처리했으며 후세에는 오현제 중 한 명으로 칭송받고 그의 저서인 '명상록'은 무려 2천 년간 스테디셀러가 된다. 물론 당대에도 그의 덕은 인정받았고, 가장 고결한 황제로 인정받았으며, 그가 재위당시 일어났던 반란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사망했다는 거짓정보를 받고 착각을 해서 일어난 반란이었다. 당대에도 '어려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한 황제'로서 인정받았다.




생각해 보자. 만일 대한민국에 한 대통령의 취임기간 동안 가뭄과 대홍수, 그리고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곤 북한이 칩입을 하고, 국내에는 전염병이 돌아 전 국민의 3분의 1일 사망한다. 그리고 반란도 일어난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통령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전 국민의 비난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전까진 이례적인 평화와 전성기의 시대가 펼쳐지다가 놀랍게도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사건사고들이 미친 듯이 터진다면 대통령의 실제 업적과는 별개로 당대에 인정받기란 정말로 하늘에 별따기 일 것이다.


하지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 어려운 업적을 해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도 여기서 글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무슨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부분을 뒤로 미루다니...

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면 본인이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다음 이어지는 글을 최대한 신속히, 최소 이번 주 안에 올리도록 하겠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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