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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Aug 31. 2021

모더니즘이라는 함정

'인간을 신보다 위대하게'라는 인간의 오만, 그리고 신의 벌

    대게 21세기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이 정확히 뭘까? 사실 포스트모더니즘은 아주 포괄적인 개념이다. 종교, 철학, 과학, 수학 등 여러 분야에 다양한 의미로 적용된다. 가장 간단한 정의는 말 그대로 현대주의(Modernism) 이후(Post)라고 할 수 있다.  탈현대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이성주의합리성으로 대표되던 모더니즘과는 다르게 탈이성주의와 다원적 사고가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큰 특징이다.

프리드히리 니체

    모더니즘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자. 모더니즘은 인간을 신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움직이었다. 기존 중세 교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상이었다. 이 움직임을 통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탄생시켰다. 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리는 유명한 구절이 있는데 바로 니체의 '신은 죽었다'이다. 신은 도덕의 최종 권위자이자 인간에게 존엄성을 부여하는 존재이었다. 신의 자리를 공석으로 놔두면 도덕 체계가 무너지고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의 자리를 대체할 여러 가지 대체물을 실험하면서 인간은 많은 시행착오에 빠졌다.


    이런 시행착오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이 바로 세계 2차 대전이다. 독일은 신의 자리를 전체주의 우생학으로 대체시켰다. 신을 위한 도덕이 아니라, 집단의 이익을 위한 도덕을 내세웠다. 인간의 존엄성은 신이 공평하게 나누어준 것이 아니라, 유전적 형질에 따른다는 우생학을 내세웠다. 결과는 모두가 알 듯 참혹했다. 신을 대체한 전체주의와 우생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을 일으켰고 5~7천만 명이 사망했다. 유대인은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사망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 세계 2차 대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대사 '신이 없다면 무엇이든 허용된다.'가 현실로 다가왔다. 신이 존재를 부정한 결과, 도덕적 양심 때문에 행동에 제약을 거는 것은 비이성적인 행위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문제이다. 아직도 대부분 도덕의 최고 권위를 신으로 간주하고 있다. 본인들은 인정하지 않아도 천부인권설을 믿는 순간, 도덕의 최고 권위를 신(하늘)으로 믿기로 인정한 것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라스콜니코프처럼 범죄행위를 정당화한다. 이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나에게 안 좋은 대우를 하는 사람, 죄를 저지른 사람은 죽여도 괜찮다는 식이다.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 관점으로 볼 때, 좋은 현상은 아니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사고방식은 아니다. 사실 이런 사고방식은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관점이지만, 꽤 많은 현대인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신을 대체할 도덕 체계의 최종 권위자를 찾는 것은 필수적인 숙제이다. 그렇지 않으면, 1930~1945년의 독일처럼 집단적 광기에 빠질 수 있다. 사실 나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집단적 광기의 대표적인 현상이 자신들의 사상을 반대하는 가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과할 정도의 반감, 적대감, 무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상과 다른 사람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 모여 어떻게든 사회적 매장을 시키려는 모습을 보면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독일이 생각난다.

집단적인 관음증에 걸린듯 누군가의 스캔들을 흥미진진하게 보며 키득거리는 현대인...  - 곁에 두고 읽는 니체 中 -

    하지만, 모더니즘은 찬란한 과학 문명과 당시 부패했던 종교의 행패를 막는 등 현대에 많은 선물을 주었음에는 틀림없다. 모더니즘을 통해 인간의 평균수명과 삶의 질은 이례적으로 올라갔다. 자본주의와 자유경쟁시장을 형성하여 경제를 발전시켰다. 모더니즘을 통해 인류는 지구의 지배자로 등극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 두 개가 일어났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과학력과 전쟁을 지속시킬 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성과 합리성, 그리고 효율성을 최고 가치로 여기던 모더니즘은 자원고갈, 노동력 착취, 아동학대, 그리고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내놓았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이 신의 것보다 낫다는 오만 때문일까? 그저 세계를 보는 관점을 신에서 인간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어쩌다 전쟁, 기아, 환경오염을 일으켰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모더니즘에 비판한 탈모더니즘적 움직임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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