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3 <집착>
글근육 키우기 18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의 윗부분이 어둑했다. 아랫부분은 붉게 노을이 졌다. 그 가운데로 하얀 구름이 가로로 길게 퍼졌다. 마치 하늘의 경계선처럼 보였다. 희한한 세상이다. 이곳에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시선을 내려 들판 너머로 지는 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바람이 서늘하게 불었다. 머리에 쓴 베일이 흐드러졌고 하얀 드레스 자락이 펄럭였다.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이라 그런지, 등골이 싸늘했다. 처음과는 다른 세상은 이곳이 끝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 같았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그에게 말했다.
“어디까지 따라올 거야?”
그제야 그가 뒤따르던 걸음을 멈추고 나를 마주 보았다. 입꼬리를 끌어올려 말갛게 웃는 얼굴이 순해 보였다. 그는 부케를, 내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어디까지라니, 난 늘 네 옆에 있을 거야.”
그의 손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까끌까끌하면서도 섬뜩한 손길이었다. 등줄기로 오소소 닭살이 돋았고 목덜미가 싸해져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몇 번을 물어봐도 늘 같은 대답이다.
“그만 따라와.”
“…싫어.”
“제발! 제발 가란 말이야!!”
“싫어,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나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에서 검붉은 피가 새어 나오며 팔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손등과 팔에 찢긴 상처로 가득했다. 왼쪽 가슴에는 피가 번진 자국과 함께 총상이 나있었다. 곳곳에 피가 흘러 끈적함이 느껴졌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처참한 모습에도 물러서지 않는 그를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무슨 생각으로 나를 쫓아오는 거야?”
“너를 사랑하니까.”
“사랑? 이건 사랑이 아니야! 집착이야!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 있어?!!”
“너도 날 사랑하잖아. 나도 널 사랑한다고. 그러니 네 옆에 다른 남자가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건 네가 잘못한 거잖아!”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손에 쥔 부케를 들어, 그의 얼굴을 매섭게 내려쳤다. 고개가 젖히며 돌아갔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다시금 나를 향했다.